[웹소설-발끝에 채이는 블랙홀] 15-1. 멜버른 세계선수권 금메달신상성 소설가 (용인대 명예교수)
코리칸은 변형된 삼박자 택견형 원 투 쓰리, 공중 돌려차기로 로버트 얼굴에 퍼부었다. 뒤로 벌렁 나가떨어진 녀석은 헤드기어를 다시 고쳐 쓰고 나왔다. 코리칸은 그가 나오는 즉시 앞 내리찍기로 가격했다. 녀석은 다시 무릎을 꿇었다.
와아! 장내가 뒤집혔다. 심판이 반점을 선언 손을 올렸다. 다시 일어선 녀석은 클린치로 덮쳐왔다. 코리칸은 직각으로 비켜서면서 삼단 옆차기로 날렸다. 그는 빨랫줄에 걸린 걸레처럼 휘청거리다가 쓰러져 버렸다.
아예 침몰시켜 버릴까 하다가 뒤를 돌아다 보았다 하얗게 질려버린 그의 부인이 두 손을 높이 쳐들었다. 아빠, 아빠! 소리쳐 부르는 꼬마 비명에 나는 중단했다. 심판 레프리가 원 투 쓰리! 카운트를 세었다.
녀석은 다시 오뚝이처럼 일어섰다. 그러나 제힘도 못 가눌 정도로 헛발질만 할 뿐이다. 마지막 3라운드까지 녀석은 기어이 버텼다. 그의 아들에게 도중하차 하는 모습을 결코 보여줄 수 없었으리라.
시체가 되어 나오는 한이 있더라도 자존심을 지켜야 한다. 우리 아버지도 가난하지만, 열심히 사는 법을 내게 보여주었다. 전원일치, 판정승으로 코리칸 손이 올라갔다. 금메달! 나의 왼쪽 팔이 높이 들렸다.
애국가가 울려 퍼졌다. 내가 공수부대 요원으로 리비아에 파견 나가 있을 때도 애국가가 울렸다. 아침마다 사막 저편으로 퍼지는 애국가를 들을 때마다 우리들 젊은 가슴은 탱크같이 지축을 흔들었다. 그다음 아리랑이다. BTS 같은 노래와는 또 다르게 조국이라는 감동을 준다. 이곳 선수권대회에 같이 출정했던 4명 가운데 플라이급 기현표 선수도 2회전에서 탈락하였다. 이제 2명만 올라가는 셈이다.
“그래서, 자기 대관절 금메달이야, 목 메달이야?” 카레나가 자기 무르팍에 코리칸의 손등을 꽉 잡고 물었다. 대충 운동선수들의 생리는 알지만, 우리 애인에게 이런 심각한 고통이 있었다는 건 처음이다. 카레나가 오히려 고집을 부려 지금 청주로 내려왔다. 코리칸이 태어난 생가를 일부러 찾아내려 온 것이다. 생가는 없어지고 무슨 빌딩이 올라가 있다. 그 빌딩 안에는 고급 카페도 들어있다. 카레나는 거기서 코리칸의 과거 그림자를 긁어내었다.
생가라야 원래 자기 집도 아니고 처음부터 셋집 생활을 했단다. 그러다가 아버지를 따라 서울 독립문 근처로 이사갔다. 행촌동 달동네에서 살았다.
그미는 코리칸과 친해질수록 참 위대하고 존경스럽단 생각을 했다. 요즘 남자애들은 왜 그렇게 졸장부들인지, 화장까지 하고 좀 징그럽다. 화천에서 장천화를 만나고 그미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뜬금없이 코리칸의 궁둥이를 자기 자가용 드론에 밀어 넣고 청주에 내려왔다.
녀석은 남미 특유의 낙천성과 함께 잔혹성이 있었다. 발 돌려 끝이 매서웠다. 그의 아웃 잽에 잘못 말려들면 위험하다.
태평양의 삼각파도에 갇힌 듯 소용돌이로 빨려들 것이다. 강종한 코치가 사전에 그의 전법을 분석해 주었다. 녀석은 교묘하게 코너로 혼란시켰다. 밀리는 척 페인팅하며 코너로 빠졌다가 발목 끝을 가격하며 튀었다. 순간 코리칸이 갇히게 되는 페인팅이다.
이럴 때는 힘보다는 공중 3회전 찍어 내리기 전법이다. 그러나 이미 녀석도 나의 주특기인 이 비밀병기를 잘 알 것이다. 세계의 웬만한 감독과 코치들은 분석하고 요리했을 것이다. 리셀바토도 그런 작전 준비를 했는지 나의 ‘공중회전 발낫’을 피하면서 동시에 자기도 날았다.
코치석에는 어느새 레슬링의 구상기 선수도 와 있었다. 구 선수도 한때는 태권도를 했다. 자기 전술 나름대로 고함을 질렀다. 대개의 격투기 선수들이 그렇듯 구 선수도 씨름판을 휘어잡다가 암흑가에 유혹당했다. 그는 명동 신상사 계열에 잡혀 있다가 레슬링으로 튀었다. 코리칸은 비슷한 시기에 동대문사단에 있었다.
암흑가의 쌈질이나 매트 위의 쌈질이나 근본적으로 차이는 없다. 음성적인 싸움을 양성화시킨 것밖에는 없다. 암흑가의 패싸움은 시체로 직행한다. 그러나 매트 위 싸움은 골목대장 코흘리개 닭싸움 정도이다.
스포츠 종목 중 복싱과 태권도만큼 인간의 투쟁본능을 원형적으로 표출해 놓은 것은 별로 없는 것 같다. 그래서 고대 그리스나 로마의 유적지 복싱과 레슬링 그림이 많다. 고대 그리스 철학가에서부터 폭군 네로까지 복싱을 좋아했다. 그래서 플라톤은 레슬링 선수였다고 한다. 이란 왕 팔레비도 좋아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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