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파리 하계올림픽이 코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 간의 갈등 향상이 점점 치닫고 있다.
유인촌 문체부 장관은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이 누구의 간섭도 받지 않고 지난 8년 동안 마음대로 했다”며 “체육회는 4200억 원이라는 정부 예산을 받고도 학교체육, 엘리트체육 등 좋아진 것이 없다”고 비판했다. 또 체육회를 통해 각 종목 단체에 예산을 지원하는 것도 문체부가 직접 주겠다고 시사했다.
유 장관은 체육회의 정관 개정 역시 절대 승인하지 않겠다는 뜻도 분명히 밝혔다. 이는 지난해부터 불거진 양 기관의 갈등이 체육회가 임원 연임 제한 규정을 없애기로 결의하면서부터 다시 불거진 것이다.
체육회는 지난 5월 31일 이사회를 개최하고 정관을 개정했다. 연임 제한 규정으로 지방체육회와 종목 단체에서 임원을 맡길 인물이 부족하다는 것이 이유이다. 틀린 말은 아니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와 같다 보니 비인기 종목들은 임원을 구하기가 힘든 상황이다.
그러나 모든 종목이 그렇지는 않다. 인기 있는 종목들은 자체 예산과 많은 후원사가 따르기 때문에 연임할 필요가 없다. 3선 연임이 꼭 필요할 경우에는 지금처럼 심사를 거치면 된다. 체육인들까지도 정관 개정을 반대하고 있는데 굳이 정관을 고칠 필요가 있는가 말이다. 그래서 이기흥 회장이 정관 개정을 강행하는 것은 체육회를 사유화하겠다는 의중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것이다.
이 회장은 체육회장 몫으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무보수 명예직이지만, 국빈급 대우를 받는다. 비자 없이 입국하며 머무는 호텔과 탑승하는 차량에는 국기가 게양된다. 가는 곳마다 후한 대접을 받다 보니 직함을 내려놓을 생각이 없는 모양이다.
그뿐인가. 체육인들을 배제하고 사무총장을 외부에서 연속으로 영입하고 있다. 또 공식 직제에도 없는 특별보좌관을 5명씩이나 두고 있는 것도 장기집권을 노리는 꼼수로 해석된다.
이기흥 회장은 2016년 10월부터 체육회를 이끌어 왔다. 이때부터 대한민국 체육은 끝없이 퇴보하고 있다. 오는 7월에 개최되는 파리올림픽에는 역대 최소인원이 출전할 예정이다. 단체 종목에서 잇따라 본선 진출에 실패한 데 이어 효자종목으로 불리던 태권도, 유도, 레슬링 등은 평준화되어 메달 획득이 만만찮다.
2020년 도쿄올림픽에서 보았듯이 29개 종목 359명의 선수단이 참가했지만, 금 6, 은 4, 동 10개로 종합 16위라는 초라한 성적을 거뒀다. 파리올림픽은 더욱 처참할 것으로 예상된다.
유 장관이 지적했듯 체육회는 세력 과시를 위해 예산을 물 쓰듯 하고 있다. ‘2024 대한민국 체육인대회’에 1만 5천여 명을 동원하기 위해 12억 원을 사용했다. 또한 설치 이유도 모호한 스위스 로잔 분사무소를 위해 8억 원을 투입했다. 운영비로 매년 4억 원을 추가로 지출해야 한다. 문체부는 국가대표선수촌 용역 계약과 관련해 보조금관리법 위반 혐의로 체육회를 수사 의뢰했다.
대한체육회 수장이 파리올림픽을 눈앞에 두고 있는 상황에서도 메달 전략은 뒷전이고, 연임 제한에 대한 걸림돌 제거에만 매달리고 있으니 한심스럽다. 도쿄올림픽부터 날개가 부러진 ‘스포츠 강국’ 대한민국은 파리올림픽에서도 앞이 캄캄하다.
대한체육회는 창립 104년 이래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다. 체육 발전은 고사하고 그동안 체육인들이 쌓아 놓은 업적도 한순간에 무너뜨릴까 걱정하는 목소리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이기흥 회장의 독주는 결국 부메랑이 되어 대한민국 체육계를 혼란으로 빠뜨릴 것이 분명하다. <저작권자 ⓒ 무예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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