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체육회와 문화체육관광부의 갈등이 체육인들의 답답함을 가중시키고 있다. 올림픽을 준비하는 선수들이 흘리는 땀을 생각하면 갈등 양상은 심각하다. 이 분란의 시작은 어디서부터일까?
윤석열 정부 출범 초기에 원만해 보였던 대한체육회와 문화체육관광부 간의 관계는 2027 충청권 세계대학경기대회 조직위원회 구성을 둘러싼 이견으로 균열이 시작됐다. 조직위원회의 공모로 선발된 사무총장을 문체부가 승인했으나, 대한체육회는 내부 의견 수렴 없는 독단적 결정이라며 반발했다. 결국 사무총장은 해임되었고, 이는 대한체육회의 의견을 정부가 수용한 것으로 비춰졌다. 갈등이 일단락된 듯했으나, 이는 시작에 불과했다.
정부 출범 당시 대한체육회는 체육인들의 위상 제고를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했다. 체육부나 체육청 같은 정부 조직을 요구하기도 했지만, 현실적으로는 국가스포츠정책위원회를 신설해 체육 현안을 각 부처와 협의할 것을 건의했다. 이 위원회는 국무총리 직속 기구로, 장‧차관급 위원들로 구성될 중요한 조직이 될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문체부의 정책 결정 과정에서 체육회의 입장이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인식이 또다시 갈등을 불렀다. 특히 국가스포츠정책위원회 위원 선정에서 문체부의 독단이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에 대한체육회는 당연직으로 배정된 체육회장의 위원직을 고사하고, 독자적인 국가스포츠위원회 구성을 선언하며 갈등은 더욱 깊어졌다.
대한체육회장과 지자체 체육회장의 임기 문제는 갈등을 정점으로 끌어올렸다. 문체부의 지휘·감독을 받는 대한체육회는 정관 개정 시 문체부의 승인이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문체부가 대한체육회의 내부 운영에 과도하게 간섭하며 자율성을 침해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문체부는 예산 사용의 투명성과 체육회장 선거의 공정성 문제를 들어 체육회를 우회한 예산 직접 교부 방침을 밝히며 대립각을 세웠다.
이 갈등의 핵심은 ‘자율성’과 ‘감독’이라는 두 가치의 충돌이다. 대한체육회는 독립 비정부기구로서의 자율성을, 문체부는 중앙행정기관으로서의 감독 권한을 강조한다. 양측 모두 일리 있는 주장이지만, 서로의 입장 차이를 인정하지 않은 채 대립각만 세우고 있는 실정이다.
공자는 논어에서 “君子和而不同,小人同而不和”라고 했다. 군자는 화합하되 같지 않고, 소인은 같으려 하나 화합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지금의 문체부와 체육회는 안타깝게도 소인배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서로 다른 의견이나 생각의 차이를 인정하지 않고 조화로운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중앙행정기관으로서 문체부의 체육회 운영에 대한 지휘 감독 책임과 독립된 비정부기구로서 대한체육회의 자율성은 모두 존중받아야 할 가치다. 체육인을 위한 서로의 역할이 다름을 인정하고 협력하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러한 갈등 해소를 위해 만들어진 국가스포츠정책위원회마저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22대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졌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두 기관의 상호 협력 방안을 마련하고 지속적인 소통을 강조해야 한다. 체육회 예산 사용의 투명성 확보와 체육계의 자율성 존중, 그리고 문체부와 체육회 간 갈등 해결을 위한 명확한 절차와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
이제는 갈등을 넘어 화합으로 나아가야 할 때다. 새로 구성된 22대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적극적인 중재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히 요구된다. 화이부동(和而不同)의 정신으로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면서도 궁극적으로는 한국 체육의 발전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향해 함께 나아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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