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파리올림픽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파리올림픽은 역사적인 문화유적지를 스포츠 경기장으로 탈바꿈시키며,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강조하는 지속가능성과 문화유산의 절묘한 결합을 선보일 예정이다.
에펠탑 근처의 샹드마르스(Champ de Mars)에서는 비치발리볼 경기가 열리고,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베르사유 궁전 정원에서는 승마와 근대5종 경기가 펼쳐진다. 1900년 파리 만국박람회를 위해 지어진 그랑팔레(Grand Palais)에서는 펜싱과 태권도 경기가 열리며, 앵발리드(Invalides) 잔디 광장에서는 양궁, 마라톤, 도로사이클 경기가 진행된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콩코르드 광장에서 열리는 새로운 정식 종목들이다. 이번 대회에서 처음으로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브레이킹을 비롯해 스케이트보드, BMX 프리스타일, 3x3 농구 등이 열려 많은 MZ세대의 관심을 집중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2024 파리올림픽은 대부분 종목을 문화유산과 조화롭게 배치함으로써, 색다른 아름다움을 창출하고 세계인들에게 파리올림픽만의 특별한 유산을 남기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번 파리올림픽을 지켜볼 MZ세대 대부분은 1988년 서울올림픽을 직접 경험하지 못한 세대다. 그들은 88 서울올림픽이 한국을 어떻게 변화시켰는지 잘 모를 수 있다.
제24회 올림픽 경기대회였던 88 서울올림픽은 소련과 미국 간의 동서 냉전 시대 막바지에 개최되었다. 당시 159개국에서 8,391명의 선수가 참가하여 역대 최대 규모의 올림픽으로 기록되었다. 1984년 LA올림픽에서 제기된 상업올림픽 논란을 해소하기 위해, 88 서울올림픽에서는 처음으로 TOP(The Olympic Partner) 프로그램이 도입되어 경제적 부담을 크게 줄였다. 이 대회는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을 전 세계에 알리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88 서울올림픽을 준비하기 위해 서울은 대대적인 도시 개발을 겪었다. 서울 중심부를 동서로 잇는 올림픽대로와 강변북로, 내부순환로가 건설되었고, 지하철 2호선도 확장되었다. 이러한 인프라 개선은 올림픽 이후에도 서울 시민들의 삶의 질 향상에 크게 기여했다.
전 세계 선수들이 머물렀던 올림픽 선수촌은 대회 후 주거단지로 변모하여 서울에서 가장 고가의 아파트 단지 중 하나가 되었다. 서울올림픽의 주 경기장으로 사용된 잠실종합운동장은 서울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았으며, 올림픽공원은 체육시설, 공연장, 호수 등을 포함한 복합문화공간으로 지금까지도 서울 시민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휴식 및 문화 활동의 장소로 사용되고 있다.
이처럼 올림픽을 계기로 서울은 기존의 도시 모습에서 벗어나 새로운 문화도시로 탈바꿈하게 되었다.
88 서울올림픽의 또 다른 중요한 유산은 국민체육진흥공단의 설립이다. 공단은 서울올림픽 잉여금 3,110억 원 등 3,521억 원의 재원으로 출발하여 꾸준히 성장해 현재 연 8조 원이 넘는 매출을 올리며 대한민국 체육 재정을 책임지고 있다. 공단은 정부의 체육 정책을 실현하는 주요 기관으로, 체육 관련 예산의 집행과 관리를 담당하고 있다.
또한 전국의 다양한 체육시설과 프로그램을 통해 국민들이 체육활동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이처럼 공단은 올림픽 이후 한국에서 스포츠가 갖는 사회적, 경제적 가치를 확대하는 데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올림픽 유산으로 인한 양적인 성장은 눈에 띄지만, 질적인 성장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대한민국은 하계, 동계 올림픽, 월드컵, 세계육상선수권대회, F1 코리아 그랑프리, 세계대학경기대회 등 다양한 메가 스포츠 이벤트를 모두 개최한 나라이지만, 이러한 대회들의 개최 후 남은 유산은 많지 않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러한 배경에서 국민체육진흥공단은 88 서울올림픽의 정신과 유산을 공유하기 위해 ‘서울올림픽 레거시 포럼’을 기획했다. 2022년 10월, 서울에서 전 세계 19개국의 올림픽레거시 관리 주체 등이 참석하여 성황리에 개최된 포럼에는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이 직접 현장에서 기조연설을 하여 그 의미를 더했다.
이는 공단이 전 세계 올림픽 레거시 관리 주체들이 함께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드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서울올림픽 레거시 포럼’은 IOC로부터 공식 후원 상징인 ‘Olympic Designation Labe’을 획득했고, 2022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공공부문 혁신사례로 선정되는 등 국제적으로도 그 가치를 인정받았다. 이는 88 서울올림픽의 유산을 활용한 레거시 포럼이 성공적으로 글로벌화된 사례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2023년에는 관련 예산의 축소로 인하여 국내의 글로벌 스포츠 이벤트 관리 주체들만 참가한 가운데 소규모 기념행사로 축소되어 아쉬움을 남겼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국민체육진흥공단의 조현재 이사장은 이번 파리올림픽에서 IOC 레거시국장과 만나 서울올림픽을 지속가능한 유산으로 만들기 위한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이 극찬했던 서울올림픽이 남긴 유산이 전 세계의 모범 사례가 되고, 서울이 올림픽 레거시 도시의 허브로 자리매김하기를 기대해본다.
1988 서울올림픽이 만들어낸 ‘한강의 기적’이 2024 파리올림픽 기간에 세느강을 따라 흐르며, 새로운 올림픽 유산으로 남게 되기를 희망한다. 이를 통해 우리는 서울올림픽의 영광을 되새기는 동시에, 미래를 향한 새로운 올림픽 레거시 비전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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