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파리올림픽에서 대한민국 선수단의 눈부신 활약이 연일 화제다. 당초 예상을 훌쩍 뛰어넘는 선전으로 국민들은 밤잠을 설쳐가며 선수들을 응원하고 있다. 금메달 13개, 은메달 9개, 동메달 10개 등 총 32개의 메달 획득이 예상된다. 이는 침체된 한국 경제와 스포츠산업에 활력을 불어넣을 신호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러나 이러한 들뜬 분위기 속에서 안세영 선수의 '폭탄선언'은 우리 스포츠계의 근본적인 문제를 다시 한 번 돌아보게 한다. 선수의 학습권, 협회의 선수 보호 시스템, 대한체육회의 역할 등 다양한 측면에서 재고가 필요한 시점이다. 이번 기회에 선수를 스포츠산업의 핵심 요소로 바라보는 시각 전환이 필요하다.
스포츠산업의 핵심 제품은 다름 아닌 '경기' 자체다. 흔히 스포츠용품을 떠올리지만, 실제로는 경기나 이벤트가 산업의 중심이다. 자동차산업이 자동차를, 반도체산업이 반도체를 만들듯, 스포츠산업은 '스포츠'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여기서 선수의 경기력은 곧 제품의 품질과 직결된다.
손흥민이나 김연아처럼, 안세영 선수 역시 세계 최고 수준의 경기력으로 한국 배드민턴을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시켰다. 그러나 최근 그의 발언은 선수 관리 시스템의 허점을 여실히 드러냈다. 특히 항저우 아시안게임 부상 대처 과정에서 선수와 지원 조직 간의 의견 차이는 심각한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배드민턴협회는 A4용지 10장 분량의 해명서로 안세영 선수의 주장에 반박했지만, 이는 오히려 선수와 협회 간의 소통 부재를 드러내는 결과를 낳았다. 선수가 "운동만 할 수 있게 해 달라"고 호소하는 상황에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스포츠에이전트'의 역할이다.
K-pop의 세계화가 SM, JYP, 빅히트 등 연예 에이전트의 전문성에 기반 했듯, 스포츠 분야에서도 전문 에이전트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에이전트는 선수의 훈련 일정 관리, 협회와의 소통, 인터뷰 및 광고 계약 등을 전담함으로써 선수가 오로지 운동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
만약 안세영 선수에게 전문 에이전트가 있었다면, 부상에 대한 대처, 협회와의 대화, 훈련 일정 조율, 언론 대응 등 경기 외적인 모든 부분을 처리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는 선수가 진정으로 운동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줄 수 있다.
실제로 소속사를 가진 펜싱의 오상욱, 태권도의 박태준 선수 등은 체계적인 관리 하에 경기와 대중적 인기 모두에서 성공을 거두고 있다. 이들은 밀려드는 광고와 TV 출연 제안 속에서도 운동에 전념할 수 있는 행복한 고민을 하고 있다. 안세영 선수 역시 이러한 시스템의 혜택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결론적으로, 한국 스포츠의 진정한 도약을 위해서는 선수들의 권리를 보호하고 그들의 잠재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스포츠에이전트 시스템의 도입은 그 해결책 중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더 많은 세계적 선수들을 배출하고, 나아가 한국 스포츠산업의 글로벌 경쟁력을 한층 강화할 수 있을 것이다.
스포츠는 단순한 경기를 넘어 하나의 산업이자 문화로 자리 잡았다. 이제는 선수들을 단순한 경기의 주인공이 아닌, 스포츠산업의 핵심 자산으로 인식하고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지원해야 할 때다. 파리올림픽을 우리 스포츠계가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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