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관광부가 내년도 생활체육 예산 중 416억 원을 대한체육회를 거치지 않고 지방자치단체에 직접 교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올해 정부로부터 받은 예산 4,200억 원의 10% 정도에 해당한다. 정확한 금액이 결정되지는 않았지만, 전문체육 분야 예산까지 포함하면 1,000억 원 이상의 대한체육회 예산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그야말로 대한체육회의 힘이 조금씩 고갈되고 있는 느낌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체육회 간의 갈등은 국가스포츠정책위원회 출범에서 시작됐다. 이후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은 임원의 연임 제한을 폐지하는 내용의 정관 개정을 추진했다. 임원 구성이 현실적으로 녹록지 않다는 점을 내세웠지만, 지엽적인 핑계에 지나지 않는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절대 정관 개정은 승인하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자 이 회장은 “나를 제외한 다른 체육단체장 연임 제한을 없애 달라”고 꼼수를 쓰고 있다. 이기흥 회장이 3선 연임 의사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선거에 나설 가능성은 묻지 않아도 100%이다. 아직 유승민 전 IOC 선수위원 말고는 회장 선거에 공식적으로 출마 의사를 밝힌 인사는 없다.
문체부는 이 회장의 3선을 막기 위해 대한체육회에 ‘임원 연임 허용 심사’와 관련된 제도 개선을 9월말까지 권고한 상황이다. 유인촌 장관과 이기흥 회장의 파워게임은 날이 갈수록 첨예하다. 거의 막장으로 치닫고 있다. 또 대한배드민턴협회와 대한축구협회 사태까지 체육계 전체가 무능과 부조리의 온상으로 매도당하고 있는 형국이다.
지난 8월 26일 박정하 국회의원실이 주최한 ‘대한민국 체육발전 포럼’에서 대한체육회는 최근 여러 가지 문제로 체육계와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잃어가고 있다며, 대대적인 감사를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현재는 문화체육관광부가 대한배드민턴협회에 대한 감사만 진행하고 있지만, 이번 기회에 대한체육회를 비롯해 모든 종목에 대한 감사가 필요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물은 고이면 썩기 마련이다. 물이 흐를 수 있도록 물꼬를 터줘야 썩지 않는다.
전방위적인 감사가 체육계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 감사팀 구성 역시 이해충돌의 여지가 없는 공정성을 갖춘 전문가들로 구성해야 한다. 이를 통해 대한체육회의 투명성을 높이고 국민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이기흥 회장의 안하무인(眼下無人)격 행보로 체육계 전체가 병들어가고 있다. 대다수 체육인은 이 회장의 3선 연임을 반대하고 있지만, 일부 특정 세력들이 정치적 집단화되어 이 회장을 옹호하고 있는 것이 문제이다.
이기흥 회장은 더 이상 대한민국 체육발전에 걸림돌이 되지 말고 이 정도에서 수장직을 내려놓아야 한다. 파리올림픽에서도 드러났듯 이 정도면 이 회장의 퇴장 이유는 충분하고도 넘친다. 대한민국 체육계를 위해 명예로운 퇴장은 어떤가 묻고 싶다. <저작권자 ⓒ 무예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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