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이 끝나고 국민의 관심이 스포츠계 개혁으로 쏠리고 있다. 각계에서는 '괴물', '사유화', '정치화' 등 부정적인 단어들로 거침없는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이는 모든 스포츠인을 향한 것이 아니라 문제의 중심에 있는 대한체육회장, 대한축구협회장, 대한배드민턴협회장 등 스포츠 단체의 리더들을 겨냥한 것이다.
들끓는 여론에도 스포츠계 수장들은 무반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반면 파리 올림픽에서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인 선수들과 생활체육인들은 이들의 눈치만 살피고 있는 실정이다.
대한민국의 스포츠는 정치적 태생을 부인하기 어렵다. MZ세대에게는 생소할 수 있지만, 제5공화국 정부 시절 '3S 정책'이 있었다. 이는 스포츠(Sports), 스크린(Screen), 섹스(Sex)의 머리글자를 따서 만든 정책으로, 국민의 관심을 정치·사회적 이슈에서 벗어나게 하려는 의도였다. 이는 스포츠와 문화 분야 종사자들에게 불편한 역사로 남아있다.
정권 유지를 위해 스포츠와 문화가 우민화 정책에 동원된 것도 문제지만, 스포츠 단체마저 정치화되어 선거의 표밭으로 전락한 점이 더욱 심각하다. 현재까지도 스포츠는 각종 선거에서 정치적 이해관계에 이용되고 있다. 이러한 고리는 대한체육회장 선거, 종목단체장 선거, 시도체육회장 선거에서 정당의 영향력으로 이어진다. 스포츠 단체가 이런 과정을 거쳐 '정치적 괴물'이 되어 단체를 사유화했다고 볼 수 있다.
스포츠의 진정한 가치 회복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그렇다면 누가 스포츠계를 개혁할 것인가? 답은 간단하다. 현재 스포츠 단체 행정조직에는 스포츠를 전공한 참 지식인이 부족하고, 회장들은 구태를 벗어나지 못한 채 노령화되어 있다. 젊은 세대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또한 대한민국 스포츠의 중심인 전문(엘리트) 선수들의 입지도 좁다.
스포츠 단체가 정치적 논리에서 벗어나려면 다음과 같은 인재가 필요하다.
첫째, 스포츠를 전공한 참 지식인이다. 이들은 학문적 탐구를 통해 비판적 사고를 기르고, 다양한 관점에서 사안을 분석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스포츠의 전문성을 바탕으로 미래 비전과 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
둘째, 젊은 세대다. 스포츠 종목이 젊어지고 있는 만큼, 젊은 세대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이들은 높은 정보 접근성과 다양성, 비판적 사고와 미디어 리터러시 능력을 갖추고 있다. 다원주의적 사고방식으로 특정 정치 이념보다는 스포츠의 본질적 가치를 중시한다.
셋째, 전문(엘리트) 체육 선수들이다. 이들은 누구보다도 스포츠의 본질과 가치를 이해하고 있으며, 오랜 기간 쌓아온 명성과 신뢰를 바탕으로 스포츠 단체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보장할 수 있다.
대한체육회장 선거와 종목 단체장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다. 이러한 진정한 체육인과 함께 스포츠의 가치를 공유할 수 있는 수장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스포츠계 개혁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저작권자 ⓒ 무예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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