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형에게
오가는 학교길 순이네 외딴 집 울타리는 얼기설기 돌로 쌓은 나지막한 돌담길이었지 십 리길 터벅터벅 걸어가다 그 집 앞을 지나노라면 절반쯤 왔다는 생각 드는 집 이제 그 집은 사라지고 내 기억 속에만 남아 있어 K형 돌담은 우리 둘만의 우체통이었지 돌멩이 하나 들추어내고 그 밑에다 소인 없는 편지로 라이너마리아 릴케를 이야기하고 윤동주를 말하던 시절 비 오는 날이면 돌담 속에 편지 젖을까 안절부절 하던 그 단발머리 소녀가 우체통이 되어 주던 돌멩이 들고 와서 오늘도 보고 있어 책꽂이 위에 올려놓고
강민숙 시인
전북 부안 출생. 동국대 문예창작과 석사. 명지대 문예창작학과 박사학위. 1992년 등단, 아동문학상 허난설헌문학상, 매월당문학상, 서울문학상 수상. 시집 「노을 속에 당신을 묻고」, 「그대 바다에 섬으로 떠서」, 「꽃은 바람을 탓하지 않는다」, 「둥지는 없다」, 「채석강을 읽다」, 「녹두꽃은 지지 않는다」 외 10여 권의 저서. 전 「동강문학」 발행인 겸 주간, 도서출판 「생각이 크는 나무」 대표. 부안군 동학농민혁명 운영위원회 부위원장, 부안군 지역 경제발전 특별위원회 위원, 한국작가회 이사, 한국민족예술단체총연합 대변인, 아이클라 문예창작원. <저작권자 ⓒ 무예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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