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흐, 자화상 앞에서
붕대를 감는다 귀 바퀴 없는 귓구멍만 남은 귀에다 붕대를 칭칭 감고 한쪽 귀가 없는 자신에게 말한다 소리를 화폭과 색깔에 담아내지 못하는 귀라면 하나쯤 없어도 된다고
파이프 담배연기 속으로 고갱이 떠나가자 누군가는 꺾어야 할 붓이라면 자신이 던지겠다고 고갱을 부른다
남태평양 타히티의 붉은 태양이 떠오르면 고갱을 부르는 여자의 손짓이 보이고 원시의 가슴이 출렁이며 색이 쏟아지는 자연이 보인다
갑자기 머리 움켜쥐고 집을 뛰쳐나온 고흐가 거리를 내달린다 저 멀리서 정신병원 간판이 우뚝 다가오고 미쳐야 볼 수 있다는 색채의 신이 눈 먼 화가를 향해 두 팔 활짝 벌리고 있다
강민숙 시인
전북 부안 출생. 동국대 문예창작과 석사. 명지대 문예창작학과 박사학위. 1992년 등단, 아동문학상 허난설헌문학상, 매월당문학상, 서울문학상 수상.
시집 「노을 속에 당신을 묻고」, 「그대 바다에 섬으로 떠서」, 「꽃은 바람을 탓하지 않는다」, 「둥지는 없다」, 「채석강을 읽다」, 「녹두꽃은 지지 않는다」 외 10여 권의 저서.
전 「동강문학」 발행인 겸 주간, 도서출판 「생각이 크는 나무」 대표. 부안군 동학농민혁명 운영위원회 부위원장, 부안군 지역 경제발전 특별위원회 위원, 한국작가회 이사, 한국민족예술단체총연합 대변인, 아이클라 문예창작원. <저작권자 ⓒ 무예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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