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 입은 꽃
창밖에 흰 목련이 달빛에 시리게 지던 날 둘째 아이 출산 준비물 챙기다 당신이 쓴 일기장을 펼쳐 보게 되었어요 세상에서 제일 부러운 것이 목욕탕에서 아들이 제 아버지 등 밀어 주는 모습이라고 써 놓은 일기 차마 끝까지 읽을 수가 없었어요 당신이 마당 끝에 심어 놓은 목련이 저 혼자 지고 있어요 어쩌자고 그렇게 서둘러 떠났나요 내가 가야 할 길 당신이 대신 간 건가요 오늘은 당신 목소리 닮은 큰아들과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둘째 데리고 당신 앞에 서 있어요 나에게 별이 보이는 집 지어 주겠다던 그 약속 어찌 다 지키려고 그리 누워만 있나요 당신 내 말 듣고 있지요 제비꽃이 파랗게 질려 있는 것 보니 당신도 놀란 거예요 두 아들이 꼭 당신 닮아서.
강민숙 시인
전북 부안 출생. 동국대 문예창작과 석사. 명지대 문예창작학과 박사학위. 1992년 등단, 아동문학상 허난설헌문학상, 매월당문학상, 서울문학상 수상.
시집 「노을 속에 당신을 묻고」, 「그대 바다에 섬으로 떠서」, 「꽃은 바람을 탓하지 않는다」, 「둥지는 없다」, 「채석강을 읽다」, 「녹두꽃은 지지 않는다」 외 10여 권의 저서.
전 「동강문학」 발행인 겸 주간, 도서출판 「생각이 크는 나무」 대표. 부안군 동학농민혁명 운영위원회 부위원장, 부안군 지역 경제발전 특별위원회 위원, 한국작가회 이사, 한국민족예술단체총연합 대변인, 아이클라 문예창작원. <저작권자 ⓒ 무예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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