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영환 충북도지사의 무예 기구 무시와 관련 사업 폐지를 강하게 비판했다. ⇒ 충청북도와 충주는 지난 20여 년간 무예 클러스터의 아성을 쌓아왔다. 이는 이시종 전 충북지사의 공로가 크다. 충주 세계무술축제를 계기로 2002년에 창설한 세계무술연맹(WoMAU), 2015년 12월 한국 정부와 유엔전문기구인 유네스코의 협정으로 설립한 유네스코 국제무예센터(ICM), 충북도가 사무국 역할을 한 세계무예마스터십위원회(WMC)이 클러스터의 요체이다.
WoMAU, ICM, WMC 셋으로 이뤄진 무예클러스터는 세계 어느 나라의 지자체나 도시도 가진 적 없는 세계 무예 분야 성과였다. 이러한 성공이 김영환 도지사의 취임과 함께 허무하게 무너졌다. 2016년 제1차 청주 WMC는 약 150억 원, 2019년 제2차 충주 WMC는 약 190억의 예산이 소요됐다. 예산 낭비라는 비판도 있었다. 이에 김 지사의 WMC 폐지는 어느 정도 공감을 한다.
하지만 ICM은 성격이 다르다. 유네스코의 위임사업을 추진하는 국제기구이고, 정부가 국제기구와 맺은 협약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문화체육관광부, 충청북도, 충주시가 출연 기관이다. 이 세 기관이 협약으로 정한 13명의 이사 중에서 당연직이 이사장을 맡게 되어 있다. 김영환 지사는 처음부터 이사장 취임을 거부했다.
ICM까지 무시하는 처사는 OECD 국가에서 비상식적이라고 비난받을 만하다. 나는 ICM 이사회에서 이 문제를 공식적으로 이의 제기했다. 충주시 보조금으로 운영하는 WoMAU도 올해를 마지막으로 보조금 지원이 없다. 이 배경에는 김 지사의 무예, 무술사업 진흥 금지 정책이 있다.
김 지사 취임 초부터 면담을 요청하고 무예클러스터의 가치, ICM의 국제법적 위치에 대해 설명 기회를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 보조금 지원 중단에 대한 연맹의 대응. ⇒ 충주시는 ICM 개소에 즈음해 ICM과 WoMAU의 통합을 요청했다. 이는 재단법인인 ICM과 사단법인인 WoMAU 간의 통합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됐기 때문이다. ICM의 하위 업무수행 기관으로서의 존속도 어려웠다. 직원의 신분과 보수 차이가 문제였다.
코로나19 기간에도 연맹 존속을 위해 기다려 준 조길형 시장께는 감사한 마음이다. 충주시는 보조금의 단계적 축소와 연맹의 국내외 이전도 권고했다. 충주시의 주요 인사들이 주축인 이사회에서는 연맹의 존속을 원했다. 사무국은 울산광역시와 사무국 이전을 논의했으나 유치 여력이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난 상태다.
현재 무술, 무예 지원 조례를 제정한 지자체가 40곳을 넘는다. 충주시는 제정한 조례도 폐지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문마저 들린다. 연맹이 최소 비용으로 최대 성과를 거두는 조직으로 거듭나야 하는 명제가 남아 있다.
▲ 세계무술연맹도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 2020년, 연맹 총회와 국제무술축제를 11월 싱가포르에서 열 계획이었다. 이는 코로나19로 인해 취소됐고, 2020부터 3년간은 무술축제가 중단됐다. 총회도 영상으로 개최했다. 물론 코로나19로 영상을 통한 업무 능력은 제고되었다.
⇒ 시민들은 무예마스터십, 택견 사범훈련, 무예콘테스트를 모두 같거나 비슷한 것으로 본다. 한 기관에서 수행하면 되는데, 왜 이곳저곳 나누어 예산을 낭비하느냐는 비판을 한다. 경제적 효과가 미미한 것도 부정적 인식을 줬다. 투표로 선출되는 시장으로서는 시민의 무술, 무예에 대한 부정적 인식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23년 역사의 세계무술연맹은 이시종 지사가 충주시장이던 시절 이후 매번 존폐 위기에 봉착해왔다. 내가 총재를 맡아 온 지난 11년간 조길형 시장이 3연임하며, 예산 지원을 받은 것을 다행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무술축제 폐지가 연맹 폐쇄로 이어지는 것은 다른 문제다.
현재 연맹은 법인화를 거치고, 국제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무술단체들을 회원으로 두고 있다. 유네스코뿐 아니라 국제 무예계, 전통스포츠게임(TSG) 관련 정부 및 민간기구에서 점하는 권위가 높다. 시간과 경험이라는 양적 축적이 질적 변화를 이루었다고 할 수 있다.
유네스코 NGO총회 등 체육 스포츠 관련 국제회의에서는 항상 ‘워마우’의 발언을 기대한다. 이를 충주시민과 충북도민에게 알리는 노력을 게을리 한 점은 우리의 잘못이다.
김영환 도지사의 무술, 무예 경시 방향에 같은 정당인 충주시장도 영향을 받아 임기 내에 연맹을 없애려는 거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 문화체육관광부의 무예 진흥 정책은 어떤가. ⇒ 한 마디로 전통무예진흥법을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고 있다. 2017년 러시아 카잔에서 개최된 MINEPS(스포츠, 체육교육담담 장관급 회의) 6 총회 때 북한은 체육상을 파견했는데, 우리 정부는 과장이 참석했다. 2023년 아제르바이잔에서 개최한 MINEPS 7 총회에 유네스코는 박보균 당시 문체부 장관을 초청했으나, 우리나라는 실무관조차 참석하지 않았다.
ICM 이사장을 문체부 장관이 임명하도록 정관을 고치고도 새로 선출된 충북지사가 이사장으로 취임하지 않았다. 내가 임시 이사장으로 두 차례의 정기 이사회를 주재했다. ICM 소재지인 충주시의 장이 이사장을 맡을 것을 건의했지만 성사되지 못했다.
연맹이 시행한 택견과 씨름을 매개로 한 ‘문화동반자사업’은 문체부가 평가에서 고득점을 받았다. 이마저도 사업명이 체육이 아닌 문화라는 이유로 중단된 후 재개되지 못하고 있다.
세계무술연맹은 ICM 설립의 산파역을 수행했고, 23년간 국제 민간기구로 활약했다. ‘워마우’를 없애는 것은 재고해야 한다. 대한민국의 브랜드 가치를 창조한다는 넓은 시야에서 결정했으면 한다.
▲ 연맹이 충주에 존속된다면 세계무술연맹은 어떤 조직을 갖게 되나. ⇒ 첫째, 사무국 경량화이다. 지금까지 5~6명 정도로 운영해 왔는데, 4명으로 슬림화 하겠다. 회계, 서무업무의 전산화, 연맹 디지털 뉴스 발행, 통번역 업무 스마트화 추진 등 AI 기술을 적극 도입, 최소 인원으로 업무를 감당하겠다. 둘째, 고비용 총회와 무예시범사업 개선이다. 유네스코 등재무술 등 세계 유수의 소수 무술단체를 중심으로 권위 있는 무술연맹으로 거듭날 것이다. 셋째, 재정 자립도를 높여야 한다. 지난해부터 기금확보를 시작했다. 넷째 ICM 협력 NGO로서의 위상 정립이다.
ICM은 국제업무가 본령이고 국내행사는 할 수 없다. ICM의 위임을 받아 사업을 수행하는 하부조직으로서의 기능을 수행코자 한다.
끝으로 성공적인 사례의 확대 시행이다. 문체부의 위임을 받아 실시한 ‘문화동반자사업’을 들 수 있다. 택견과 씨름으로 2013년부터 5년간 무예 분야 최초로 ODA사업을 펼쳤다.
▲ 무예계와 충주시민, 충북도민에게 제언을 한다면. ⇒ 4반세기에 걸쳐 쌓은, 충주를 중심으로 한 충북 무예클러스터를 무너트리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 도지사가 속한 정당이 바뀌었다고 해서 역대 정부가 서명, 비준, 발효한 국제기구를 방치하는 것은 직무유기다. 연맹 사무국 유지에 필요한 최소 예산은 연간 약 5억 원이다. 보조금 지급기관인 충주시 예산 약 1조 원의 0.05%이다. 이 예산을 써서 충주시가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이고, K 문화의 세계 확산에 기여하는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
Profile 충주 중‧고등학교. 고려대 정외과 졸 주 러시아, 일본 공사 주 라오스대사 주 오사카 총영사 교통대학교 초빙교수 現 세계무술연맹 총재 <저작권자 ⓒ 무예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
정화태 관련기사목록
|
많이 본 기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