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기원은 세계 태권도의 본산이다. 태권도 정신과 기술을 보급하고, 지도자를 양성하며, 단증을 발급하는 중요 기관이다. 그뿐만 아니라 태권도의 숭고한 정신과 철학이 살아 숨 쉬는 곳이기도 하다. 이런 신성한 국기원이 정치의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 국기원은 태권도인의 자율성과 권익을 지켜내는 독립 기구여야 한다.
지금의 국기원은 정부의 과도한 간섭 아래 운영되고 있다. 정관을 개정하거나 이사장을 새로 선임하는 일조차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승인 없이는 불가능하다. 국기원이 사실상 정부 행정기관의 하부 조직처럼 운영되고 있는 셈이다. 태권도인들이 중심이 되어 자율적으로 운영되어야 한다는 기본 원칙은 이미 훼손된 지 오래다.
현행 구조의 시발점은 2010년 유인촌 문체부 장관 시절이다. 국기원은 태권도계의 충분한 동의도 없이 특수목적법인(SPC)으로 전환됐다. SPC는 민간 자본 유치나 특정 프로젝트 수행을 위해 일시적으로 설립되는 법인 구조로 공공성과는 본질적으로 거리가 멀다. 공익성과 자율성이 핵심인 국기원이 수익성과 효율성 중심의 틀에 갇히는 결과를 초래했다.
올림픽 헌장에도 명시돼 있듯이 정치가 스포츠를 통제해서는 안 된다. 국기원 역시 이 원칙에서 예외일 수 없다. 국기원은 정치적 영향력으로부터 독립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세계 태권도인들의 시각에서 볼 때 국기원이 대한민국 정부에서 운영하는 것으로 비춰진다면, 또 다른 파장이 발생할 것이 분명하다. 국기원이 제 기능을 다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법적·제도적 독립성이 보장돼야 한다.
먼저, 문체부와 국기원은 현재의 SPC 구조에서 벗어나 재단법인으로 전환해야 한다. 재단법인은 공공성과 자율성을 동시에 보장할 수 있는 구조로, 태권도 본연의 철학을 실현하는 데 보다 적합하다. 안정적인 법적 지위를 확보함으로써 정치 변화에 흔들리지 않는 지속가능한 운영 체계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운영 방식 또한 태권도인들의 민주적 절차에 따라 자율적으로 이뤄져야 하며, 임원 구성과 인사 등 주요 사항에 대한 결정 역시 태권도계 의견에 기반해야 한다. 특히 정권이나 특정 세력의 영향력이 개입되지 않도록 제도적 장치 마련이 병행돼야 한다. 태권도는 대한민국이 세계인들에게 자랑할 수 있는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그 가치를 지키고 세계화하려면, 그 중심엔 늘 태권도인들이 있어야 한다.
이제 정부는 국기원의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하고, 태권도의 세계화를 위해 적극적인 지원이 있어야 한다. 국기원을 태권도인들에게 되돌려주는 것이야말로, 태권도 정신을 계승하고 발전시키는 길이며 대한민국 스포츠 외교의 품격을 높이는 길이 될 것이다. <저작권자 ⓒ 무예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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