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도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수련생을 자랑하던 합기도가 이제는 과거의 위상이 무색할 만큼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무예계 전반이 경기 침체와 인구 감소라는 구조적 한계 속에서 흔들리고 있지만, 특히 합기도의 위축은 더욱 뚜렷하다. 과거의 영광은 빛을 잃었고, 지금은 활로를 찾지 못한 채 표류하고 있다.
대한체육회와 국민생활체육회의 통합 이후, 제도권에 진입한 신생 단체가 ‘합기도’라는 명칭을 독점하면서 수많은 도장은 졸지에 주변부로 밀려났다. 이런 상황에서 ‘국무총리기 전국합기도대회’의 시범 무대는 합기도계를 또 한 번 충격에 빠뜨렸다. 합기도의 꽃이라 불리는 호신술이 본래의 정신을 잃고 조롱거리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상대의 손짓 하나에 멈춰 서고, 발짓 하나에 우스꽝스럽게 나가떨어지는 모습은 마치 1960년대 홍콩 무협 영화에서나 볼 법한 장면이었다. 무예를 모르는 일반인조차 코웃음을 칠 정도였으니, 합기도 내부에서 느낀 자괴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을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이른바 ‘얼음 땡 시범’이 대한체육회 가맹단체의 과욕에서 비롯됐다는 점이다. 역사와 전통을 존중하기보다 허울뿐인 형식과 명분에 집착하는 태도는 결국 합기도 전체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자충수가 되고 있다. 무예는 본래 진실과 정직을 바탕으로 수련해야 한다. 하지만 이번 호신술 시범은 시골 장터에서 약장사들이나 하는 속임수와 다를 바 없다. 이는 합기도의 품격을 스스로 짓밟은 행위이자, 합기도계 전체의 존립을 흔드는 심각한 일이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일선 도장과 수련생들에게 돌아갈 것이다. 합기도를 찾는 아이들과 학부모는 눈속임이 아닌 인성과 예의,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호신술을 배우기 위해 체육관 문을 두드린다. 화려한 퍼포먼스를 배우고 싶었다면 익스트림 체육관을 찾았을 것이다. 신뢰를 잃은 합기도는 무예가 아니라 구경거리에 불과하다. 이는 곧 수련생 이탈과 도장의 몰락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결국, 합기도의 앞날은 일선 지도자들의 선택에 달려 있다. 합기도가 정직한 무예로 거듭날 것인가, 아니면 ‘눈속임의 마술’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 역사 속으로 사라질 것인가. 답은 명확하다. 개혁과 자정 없이는 합기도의 미래도 없다.
합기도는 속임수를 전수하는 기술이 아니라, 인성과 신의를 바탕으로 자기완성을 길러내는 무예 수련이다. 이 본질을 되살릴 때 비로소 합기도는 다시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변질된 ‘얼음 땡 시범’이 아니라, 올바른 호신술 교육이다. 합기도가 역사 속으로 퇴장할지, 아니면 정직한 무예로 다시 태어날지는 지금, 이 순간 지도자들의 용기와 결단에 달려 있다. <저작권자 ⓒ 무예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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