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무예는 단순한 신체 기술의 유산이 아니다. 그것은 한민족의 정신과 철학이 세대를 넘어 이어져 온 문화적 정체성의 핵심이다. 이러한 전통무예를 체계적으로 보호·육성하기 위해 2008년 전통무예진흥법이 제정됐다. 이 법은 대한민국이 문화강국으로 나아가기 위한 최소한의 제도적 약속이었다.
그러나 법 제정 17년이 지난 지금, 전통무예의 현실은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이유는 명확하다.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의 무관심과 구조적 행정 부재 때문이다. 현행 전통무예진흥법 제1조는 전통무예의 체계적 진흥을 통해 국민 체력 향상과 전통문화의 계승·발전을 도모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제4조 역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전통무예 진흥 시책을 수립하고, 관련 단체의 활동을 지원할 책무가 있음을 분명히 규정한다. 그럼에도 전통무예는 정책의 중심에서 한참 비켜서 있다. 예산은 상징적 수준에 머물고, 문체부의 주요 체육·문화 정책 구조 속에서 전통무예는 주변부로 밀려나 있다.
문제의 핵심은 행정 인식에 있다. 현재 체육행정은 여전히 ‘경기력 중심·메달 중심’ 성과 구조에 갇혀 있다. 전통무예를 문화·교육·인성·공동체 가치가 결합된 종합 문화자산으로 바라보는 시각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더 심각한 점은, 전통무예진흥법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실행 계획과 책임 행정이 부재한 전형적인 탁상행정이 반복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2025년 10월 26일 국회를 통과한 전통무예진흥법 전부개정안은 이러한 문제를 바로잡기 위한 최소한의 제도적 보완이었다. 개정안은 전통무예의 교육적·문화적 가치를 명시하고, 전통무예단체의 자율적 발전을 국가가 지원하도록 규정했다. 그러나 법의 통과만으로 현장이 바뀌지는 않는다. 법이 살아 움직이기 위해서는 행정이 움직여야 한다.
문체부는 전통무예를 ‘체육 종목의 한 갈래’로 다루는 인식을 버려야 한다. 전통무예는 국가가 보존·육성해야 할 문화자산이자, 국민 정신을 다지고 공동체의 품격을 높이는 공공 가치다. 이를 외면하는 행정은 단순한 정책 실패를 넘어, 민족정신의 근간을 스스로 약화시키는 일이다.
전통무예 진흥은 특정 단체나 종목의 이해관계를 위한 요구가 아니다. 그것은 대한민국 문화행정의 정의를 바로 세우는 문제이며, 법이 선언한 국가의 책무를 실천으로 옮기는 과정이다. 이제는 문체부가 답해야 할 시간이다. 말이 아닌 실행으로, 선언이 아닌 예산과 제도로, 전통무예 문화행정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민족의 혼을 살리는 길이며,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는 국가의 책임이다. <저작권자 ⓒ 무예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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