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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무예로 떠나는 세계여행 - 캄보디아 ‘보카토(Bokator)’

이상미 기자 | 기사입력 2026/05/07 [10:05]

[기획] 무예로 떠나는 세계여행 - 캄보디아 ‘보카토(Bokator)’

이상미 기자 | 입력 : 2026/05/07 [10:05]

▲ 사진=충주세계무술축제 (무예신문)

 

보카토(Bokator)는 기원전 1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긴 역사를 지닌 캄보디아의 전통 무예다. 그 흔적은 오늘날에도 앙코르 와트 사원의 벽면 부조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이는 보카토가 고대 크메르 문명과 함께 형성된 문화적 유산임을 보여준다.

 

보카토는 “사자를 물리치다”라는 뜻의 ‘복타오(bok tao)’에서 유래한 것으로 전해진다. 전설에 따르면 사자가 마을을 위협했을 때, 한 전사가 단 한 번의 무릎 공격으로 이를 제압했다는 이야기가 내려온다. 이 상징적인 서사는 보카토에 담긴 용기와 생존의 정신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 사진=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오늘날의 보카토는 9세기부터 15세기까지 동남아시아를 지배했던 크메르 제국 시기 병사들이 사용하던 전투 기술의 현대적 형태다. 당시 이 무예는 군사 훈련의 핵심이었으며, 병사들은 이를 통해 영토와 백성을 지키는 실전 능력을 길렀다. 즉, 보카토는 국가의 존립과 직결된 무예였다.

 

그러나 20세기 후반 크메르 루주 정권 시기, 수많은 전통 문화가 사라지는 과정에서 보카토 역시 소멸 위기에 놓였다. 이때 무예가 산 킴 센에 의해 복원되며 다시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 결과 2022년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고, 2023년 동남아시아 경기대회에서는 캄보디아를 대표하는 정체성 스포츠 중 하나로 채택되며 국제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 사진=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보카토는 말, 독수리, 원숭이, 뱀, 사자, 코끼리 등 다양한 동물에서 영감을 얻은 341세트, 약 1만여 개의 동작으로 구성된 종합 무예다. 팔꿈치와 무릎 타격, 정강이 킥, 던지기 등 전신을 활용한 공격이 가능하며, 대나무나 방망이 같은 도구도 사용된다.

 

수련 체계 또한 독특하다. 수련생은 실력에 따라 ‘끄라마(krama)’라 불리는 띠를 허리에 두르며, 흰색에서 시작해 녹색, 파란색, 빨간색, 갈색, 검은색을 거쳐 금색으로 이어진다. 여기에 ‘상바(sangvar)’라는 비단 끈을 이두근에 두르며 전통성을 강조한다.

 

보카토 수련 과정에서는 기술뿐 아니라 자연과 공동체를 존중하는 정신적 가치도 함께 배운다. 이는 보카토를 ‘싸움의 기술’이 아닌 삶의 방식으로 확장시키는 핵심 요소다. 오늘날에도 보카토는 제례 의식과 축제 속에서 춤, 음악, 전통 의학과 결합된 형태로 이어지며 캄보디아 문화의 한 축을 이룬다.

 

▲ 사진=캄보디아 앙코르 와트 


캄보디아 여행의 출발점은 단연 ‘앙코르 와트’다. 세계 최대 규모의 사원이자 크메르 제국의 정신과 예술, 그리고 무예의 흔적이 살아 있는 공간이다. 특히 사원 벽면에 새겨진 전투 장면과 인물 부조는 보카토와 같은 고대 무예의 존재를 생생하게 증명한다. 여행자는 이 부조를 따라 걸으며, 천 년 전 전사의 움직임과 호흡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된다.

 

앙코르 톰과 바이욘 사원, 그리고 정글에 잠식된 타 프롬 사원까지 이어지는 여정은 인간과 자연, 그리고 문명이 어떻게 공존하고 충돌했는지를 보여준다.

 

▲ 사진=캄보디아 프놈펜


수도 프놈펜은 캄보디아의 현재를 보여주는 도시다. 왕궁과 국립박물관, 메콩강을 따라 펼쳐진 풍경 속에서 전통과 현대가 공존한다. 동시에 이 도시는 크메르 루주 시기의 아픈 역사도 간직하고 있다. 이러한 경험은 보카토가 무예를 넘어 공동체 회복과 정체성 재건의 상징으로 자리 잡게 된 배경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보카토를 따라가는 캄보디아 여행은 과거와 현재를 동시에 마주하는 여정이다. 앙코르 와트에서 고대 전사의 흔적을 발견하고, 프놈펜에서 그 전통이 오늘날 어떻게 이어지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순간, 여행자는 방문자가 아니라 참여자가 된다. 무예는 몸의 언어다. 그리고 보카토는 그 언어로 캄보디아의 역사와 정신을 오늘도 이야기하고 있다.<계속>

이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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