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승리 그 자체가 아니라, 승리를 만들어낸 과정에 대한 공정성이다. 그래서 팬들은 자신이 응원하는 팀의 패배보다 불공정한 판정과 특혜 논란에 더 분노한다. 스포츠가 오랜 세월 사랑받아온 이유는 단 하나이다. 누구나 똑같은 규칙 아래 경쟁한다는 신뢰 때문이다.
그런데 세계 축구를 관장하는 국제축구연맹(FIFA)이 그 신뢰에 균열을 깨뜨렸다. 미국 대표팀 선수 플로리안 발로건의 출전 정지 징계 유예 논란 때문이다.
발로건에게 내려진 한 경기 출전 정지 처분은 기존 규정에 따른 조치였다. 그러나 FIFA는 해당 징계의 집행을 1년간 유예했다. 문제는 이 결정 과정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FIFA 사이의 접촉이 있었다는 점이다.
FIFA는 규정에 따른 정상적인 행정 판단이라고 설명하지만, 스포츠에서 중요한 것은 결과가 아니다. 그 결정이 어떤 과정에서 이뤄졌고 누구에게나 같은 기준이 적용된다는 믿음이 핵심이다.
FIFA는 잉글랜드 대표팀 수비수 자렐 콴사에게 2경기 출전 정지 처분을 내렸다. 같은 규정을 적용하면서 대상에 따라 판단의 무게가 달라진다면 과연 누가 그 조직을 신뢰할 수 있겠는가.
FIFA는 세계 축구 질서를 관리 감독하는 최고 기구이다. FIFA 회장은 특정 국가나 권력의 이해를 대변하는 사람이 아니라 전 세계 축구 팬들이 믿을 수 있는 공정한 관리자가 되어야 한다.
스포츠 경기장은 권력이 지배하는 공간이 아니다. 경기장 안에서는 대통령도, 세계적인 스타도, 이름 없는 신예 선수도 모두 같은 규칙을 적용받아야 한다. 이것이 스포츠가 가진 가장 위대한 가치이다.
강대국이라는 이유로 유리한 판단이 내려지고, 영향력 있는 인물이라는 이유로 예외가 허용된다면 스포츠는 더 이상 공정한 경쟁이 아니다. 그것은 결국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또 다른 세상이다.
물론 경기는 벨기에의 압도적인 승리로 끝났다. 징계 유예 논란이 승부를 바꾸지는 못했다. 하지만 한 경기의 결과가 제도의 문제까지 덮을 수는 없다. 스포츠의 공정성은 승패가 아니라 과정에서 완성된다.
FIFA가 이번 논란에서 되돌아봐야 할 점은 분명하다. 축구 팬들이 원하는 것은 특정 국가에 대한 배려도, 정치적 영향력에 기대는 행정도 아니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단 하나다. 모든 선수가 같은 출발선에 서 있다는 믿음이다.
공정성을 잃은 스포츠는 더 이상 스포츠로 볼 수 없다. 세계 축구의 미래를 위해 FIFA가 가장 먼저 지켜야 할 가치는 화려한 대회 운영도, 정치적 영향력도 아니다. 그것은 오직 모든 선수들에게 같은 기회를 보장하는 가장 기본적인 원칙이다. <저작권자 ⓒ 무예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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