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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융자금 386억 샜다…골프시설 짓겠다더니 숙박시설로

최현석 기자 | 기사입력 2026/09/03 [10:12]

스포츠 융자금 386억 샜다…골프시설 짓겠다더니 숙박시설로

최현석 기자 | 입력 : 2026/09/03 [10:12]

▲ 무예신문

 

스포츠산업 활성화를 위해 저리로 빌려주는 정책자금 수백억원이 당초 사업 목적과 다르게 사용된 것으로 드러났다. 호텔과 숙박시설을 운영하거나 학원으로 건물을 활용하면서 스포츠시설을 짓겠다고 융자를 받은 사례가 적발됐다. 사업자 본인의 급여나 자신이 소유한 건물의 임차료로 융자금을 쓴 경우도 있었다.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은 문화체육관광부와 함께 스포츠산업 융자사업 운영실태를 점검한 결과, 융자금 목적 외 사용과 부실 증빙 등 117건, 386억원 규모의 문제 사례를 확인했다고 3일 밝혔다.

 

스포츠산업 융자사업은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스포츠시설 설치와 운영 등에 필요한 자금을 저리로 지원하는 사업이다. 최근 융자 규모가 크게 늘면서 2024년에는 2769억원이 집행됐다. 현재도 시설설치자금·운전자금 등을 최대 85억원까지 지원하고 있다.

 

정부는 이번 조사를 위해 공단이 2019~2024년 집행한 2860건 가운데 600건을 선정해 융자금 집행과 사후관리 실태를 살펴봤다.

 

가장 눈에 띄는 문제는 스포츠시설 설치를 목적으로 받은 돈을 다른 용도로 사용한 사례였다. 모두 13건, 142억원 규모다.

 

A업체는 2022년 스크린골프장 설치를 목적으로 19억원을 융자받았다. 하지만 실제 해당 사업지에서는 호텔을 운영하고 있었다. 이 업체는 정산 과정에서 위조한 공사 세금계산서까지 제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B업체는 골프 훈련용 연수시설을 짓겠다며 43억원을 받았지만 해당 건물을 레저형 숙박시설로 사용했다. C업체는 수영장과 체육도장 등을 갖춘 5층 규모의 스포츠 복합건물을 건립하겠다며 15억원을 융자받았지만 건물 대부분을 학원으로 활용했다.

 

테니스장 등을 설치하겠다며 20억원을 받은 D업체는 시설을 아예 설치하지 않은 채 사업장을 공실로 남겨둔 것으로 확인됐다.

 

융자사업과 관계없는 지출을 정산자료로 제출한 사례도 있었다. 다른 법인의 세금계산서를 제출하거나 다른 정부사업의 세금계산서를 융자금 정산에 사용한 경우다. 유흥업소와 병원·약국, 식당, 쇼핑몰 등 사업과 무관한 개인 카드 사용내역도 정산자료로 제출됐다. 이 같은 사례는 84건, 141억원에 달했다.

 

사업자 본인을 위해 융자금을 사용한 사례도 적발됐다. 사업자에게 급여를 지급하거나 본인 소유 건물의 임차료를 낸 경우 등 15건, 55억원 규모다.

 

E업체는 스크린골프장 운영자금 5억원 가운데 6000만원을 사업자 본인의 급여로 지급했다. F업체는 운영자금 5억원 중 4억원을 본인 소유 건물의 임차료로 사용했다.

 

공단의 승인 없이 다른 사업자가 시설을 운영한 사례도 있었다. G업체는 스크린골프장 설치·운영을 목적으로 16억원을 빌렸지만, 실제로는 H업체가 개업 때부터 해당 시설을 운영하고 있었다.

 

정부는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한 데에는 융자사업 관리 자체가 부실했던 영향이 크다고 봤다.

 

스포츠시설 설치자금은 공사가 계획대로 진행됐는지 확인한 뒤 융자금을 집행해야 하지만, 공단과 대리융자를 담당하는 은행이 시설의 기성 여부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사례가 있었다. 결과보고서에도 공사계약서나 계산서 같은 주요 증빙자료 없이 현장사진 2장만 제출받는 등 실제 시설이 사업계획대로 설치됐는지 확인하기 어려운 구조였다는 게 정부 설명이다.

 

운영자금 역시 제출된 증빙자료를 제대로 검증하지 않아 부적정한 지출을 걸러내지 못했다. 사후 실태조사도 사업 만족도 조사 수준에 그쳤고, 현장점검은 전체 융자의 약 5%에 불과했다.

 

융자 심사 역시 형식적으로 이뤄졌다는 지적이 나왔다. 최근 4년간 공단 융자심의회가 심사한 2800여건 가운데 융자액을 감액한 사례는 6건뿐이었다. 사업비를 어떤 기준으로 조정했는지, 조정 사유가 무엇인지도 명확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융자금이 골프업종에 편중된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최근 5년간 전체 융자 지원액의 약 60%가 스크린골프와 대중형 골프장 등 골프업종에 집중됐다. 체력단련장과 수영장, 볼링장 등의 지원 비중은 각각 6.2%, 6.0%, 3.5%에 그쳤다.

 

정부는 목적 외 사용이 확인된 사업자로부터 약 130억원을 회수할 계획이다. 특히 세금계산서 위조 등 중대한 위법행위가 확인된 사례는 수사 의뢰하기로 했다. 부적정 증빙 제출 등으로 목적 외 사용이 의심되는 사례도 공단의 추가 확인을 거쳐 부당 사용이 확인되면 해당 금액을 회수할 방침이다.

 

융자 관리체계도 바뀐다. 그동안 은행에 의존했던 관리 방식에서 벗어나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융자금 집행과 시설 설치 여부를 직접 확인하는 방식으로 전환한다.

 

공단이 직접 기성 현장과 관련 자료를 확인하고, 현재 전체 융자의 약 5% 수준인 사후 현장점검 비율도 확대할 계획이다. 사업자 본인의 인건비와 본인에게 귀속되는 임대료 등은 원칙적으로 융자금 사용을 금지한다. 일정 규모 이상의 융자금은 외부 회계법인을 통해 집행 적정성을 검증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정부는 골프업종에 편중된 지원을 완화하기 위해 골프 외 스포츠업종에 대한 사업 안내를 강화하고, 신용보증제도와 금리 우대 등 지원방식도 다양화하기로 했다.

 

김정국 국무조정실 부패예방추진단 부단장은 “공단의 관리 부실로 인한 목적 외 사용 등 많은 문제점이 확인됐다”며 “스포츠 융자금이 제대로 사용돼 국민 모두의 스포츠라는 지원 취지가 구현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최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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