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메리카 베네수엘라 서부에 자리한 라라(Lara)주. 이곳에는 한 자루의 나무막대기를 통해 오랜 역사와 문화, 그리고 사람들의 삶을 이어온 전통무예가 있다. 바로 ‘가로테 라렌세(Garrote Larense)’다.
가로테 라렌세는 ‘후에고 델 가로테(Juego del garrote)’, 또는 ‘가로테 토쿠야노(Garrote Tocuyano)’라는 이름으로도 알려져 있다. ‘가로테(garrote)’는 막대기를 뜻하고, ‘후에고(juego)’는 놀이 또는 겨루기를 의미한다. 하지만 이름에 ‘놀이’가 들어간다고 해서 민속놀이는 아니다. 오랜 세월 베네수엘라에서 민간의 전투기술로 전승돼 온 전통 무기술이다.
가로테는 19세기 중반 이후 베네수엘라에서 행해져 온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과리코(Guarico)와 라라(Lara) 지역을 중심으로 발전했다. 특히 라라 지역에서 전승된 형태가 가로테 라렌세라는 이름으로 널리 알려졌다.
가로테 라렌세의 가장 눈에 띄는 특징은 무기다. 사용하는 막대기는 길이 약 80㎝, 직경 약 1.5~2.5㎝ 정도다. 한쪽 끝에는 알록달록한 천을 엮어 감싸기도 한다. 보기에는 소박한 나무막대기지만 수련에서는 공격과 방어를 모두 수행하는 중요한 무기가 된다.
막대기는 상대의 공격을 막아내고 공격 방향을 바꾸며 적절한 거리를 유지하는 데 사용된다. 빠른 손동작과 발놀림이 결합되면서 막대기는 순간적으로 공격무기가 되기도 하고 방어무기가 되기도 한다.
가로테 라렌세에는 베네수엘라가 겪어온 다양한 문화의 흔적도 남아 있다. 스페인 펜싱 문화에서 비롯된 전통을 바탕으로 카나리아 제도와 아프리카 문화, 베네수엘라 원주민 문화의 영향이 더해진 것으로 설명된다.
특히 스페인 펜싱 문화의 영향으로 상대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면서 공격선을 만들고, 상대의 공격을 피하거나 막은 뒤 다시 반격하는 방식은 체계적인 무기술의 모습을 보여준다.
가로테는 봉술에서 끝나지 않는다. 일부 계통에서는 칼과 마체테(machete)도 사용한다. 특히 마체테는 중남미 농촌에서 오랫동안 농작업과 생활에 사용돼 온 도구다. 생활 속에서 익숙했던 도구가 위기 상황에서는 자기방어를 위한 무기로 활용되면서 생활기술과 전투기술이 자연스럽게 결합한 것이다.
가로테 라렌세의 전통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라라주의 중심 도시인 바르키시메토(Barquisimeto)와 전통의 중요한 지역으로 알려진 엘 토쿠요(El Tocuyo)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라라주는 베네수엘라 서부에 위치한 지역으로, 건조한 산악지대와 계곡, 식민시대의 흔적이 남은 도시들이 어우러져 독특한 풍경을 만든다. 특히 엘 토쿠요는 베네수엘라의 오래된 도시 가운데 하나로, 식민시대부터 이어져 온 역사와 지역문화가 남아 있는 곳이다.
그 중심에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폭포로 알려진 앙헬 폭포(Angel Falls)가 있다. 현지에서는 케레파쿠파이 베나(Kerepakupai Vená)라는 이름으로도 불리며, 약 979m의 낙차를 자랑한다. 수직으로 솟아오른 테푸이와 끝없이 펼쳐진 열대우림, 절벽을 따라 떨어지는 폭포는 베네수엘라가 가진 자연의 규모를 그대로 보여준다.
카리브해로 향하면 분위기는 다시 달라진다. 로스 로케스(Los Roques)는 수백 개의 섬과 암초가 흩어진 군도로, 투명한 바다와 산호초가 어우러져 베네수엘라를 대표하는 해양 관광지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스노클링과 다이빙, 카약 등을 즐길 수 있어 카리브해의 아름다운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한 자루의 막대기와 그 안에 담긴 사람들의 기억을 따라가다 보면, 무예는 결국 한 사회가 살아온 역사이자 문화를 보여주는 또 하나의 언어라는 사실을 만나게 된다. <계속> <저작권자 ⓒ 무예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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