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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워지는 무예의 고장 충북, 세계무술박물관마저 사라진다

최종표 발행인 | 기사입력 2026/09/21 [17:43]

지워지는 무예의 고장 충북, 세계무술박물관마저 사라진다

최종표 발행인 | 입력 : 2026/09/21 [17:43]

▲ 최종표 발행인     ©무예신문

지방정치에서 권력이 교체될 때마다 반복되는 고질적인 폐단이 있다. 바로 전임 단체장이 오랜 시간 공들여 구축해 온 핵심 자산과 정책 브랜드가 정치적 셈법에 밀려 하루아침에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있다. 바로 충청북도와 충주시에서 벌어지고 있는 무예 관련 사업의 잇따른 폐지이다. 이는 한국 지방자치가 안고 있는 정책 불연속성과 전임자 성과 지우기의 민낯을 보여준다.

 

지난 12년간 충청북도를 이끈 이시종 전 지사는 충북을 세계적인 무예의 고장으로 육성하기 위해 브랜드 구축에 심혈을 기울였다. 2016년 세계무예마스터십 창설을 시작으로 유네스코국제무예센터 유치 등 국제적인 무예 교류 기반을 마련하는데, 행정력을 집중했다. 충주 역시 택견의 본향이라는 역사적 기반 위에 충주세계무술축제와 세계무술공원, 세계무술박물관 등을 운영하며 ‘무예 도시’라는 지역 정체성을 만들어 왔다.

 

하지만 2022년 충북도정이 바뀌면서 무예 정책의 방향도 크게 달라졌다. 당시 충북도는 세계무예마스터십위원회에 대한 운영비와 인건비 등의 지원을 중단하기로 했고, 김영환 지사는 사업 성과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결국 세계무예마스터십 관련 조직과 사업은 종말을 고했다.

 

충주시에서도 변화가 이어졌다. 충주세계무술축제 폐지 방침과 함께 세계무술공원은 2023년 ‘탄금공원’으로 명칭이 바뀌었고, 세계무술연맹에 대한 지원도 끊겼다. 남아있는 세계무술박물관마저 이달 30일 문을 닫게 된다. 세계무술박물관은 그동안 세계 각국의 무예 관련 자료와 유물을 전시하며 충주가 구축해 온 국제 무예 교류의 상징적 공간 역할을 해왔다. 이 공간마저 사라진다면 충주시가 오랜 시간 쌓아온 ‘무예 도시’로서의 정체성과 역사적 자산은 형체조차 찾아보기 어렵게 된다.

 

물론 선거를 통해 출범한 새로운 단체장이 이전 행정의 재정 효율성을 점검하고 정책의 우선순위를 조정하는 것은 정당한 권리이다. 무예 사업 역시 예산 대비 성과와 지속 가능성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개선을 요구하는 것은 불가피한 일이다.

 

문제는 수백억 원의 세금과 행정력이 투입되어 국제적 인지도까지 확보한 공공의 브랜드를 전임자의 치적이라는 이유로 폐기하는 것은 또 다른 의미의 예산 낭비이자 행정의 무책임한 일이다.

 

공공 정책의 주인은 특정 정당이나 단체장 개인이 아닌 시민과 도민이 되어야 한다. 단체장이 바뀔 때마다 기존 정책이 전면적으로 뒤집힌다면 정책의 일관성이 훼손될 뿐 아니라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과 손실은 고스란히 지역 주민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

 

더욱이 국제적인 브랜드는 단기간에 만들기 어렵다. 오랜 시간에 걸쳐 시설을 구축하고 국제 네트워크를 형성하며 지역의 역사와 콘텐츠를 결합해야 비로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 공들여 만들어진 브랜드를 해체하는 것은 쉽지만, 사라진 브랜드를 다시 구축하는 데는 훨씬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된다.

 

진영논리가 행정을 압도해 공공의 유산을 지우는 관행은 이제 끊어내야 한다. 선진국과 같이 전임자의 성과도 넓은 품으로 포용하고 더 나은 방향으로 진화시키는 성숙된 정치 문화를 보여줄 때다. 표심에 따른 정치적 셈법보다 국민 세금의 무게와 정책의 연속성을 먼저 생각하는 책임 있는 정치가 절실히 필요하다.

최종표 발행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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