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심층연재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오피니언
심층연재
문화의 아이러니–영국의 근위병 교대식과 덕수궁의 수문장 교대식
기사입력: 2017/02/14 [18:55] 최종편집: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 명지대학교 산업대학원 건강과학산업학과 주임교수 이재범 (무예신문)
이따금 TV에서 방영되는 영국의 화려하고 거창한 근위병 교대식을 보면서 영국의 문화와 전통에 대해 감탄을 한 적이 있다. ‘역시 대영제국이라는 호칭이 붙을 정도로 대단한 왕실의례야…’ 그런데 이러한 오랜 전통을 지닌 화려한 근위병 교대식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에 대해서 <전국사회교사모임>의 전통문화에 대한 소개를 읽고 나서야 이해가 되었다. 원래 영국 왕실의 의례는 오랜 역사와 전통을 지닌 것이 아닌, 1887년 빅토리아 여왕의 즉위 50주년 기념식에서 처음 시작됐다고 한다.

19세기 말 영국은 산업화와 도시화를 거치면서 빠른 속도로 변화하는 중이었으나, 이 변화 과정에서 사회 갈등도 심각해졌다. 갈등으로 분열된 영국을 하나로 뭉치게 해줄 무엇인가가 절실하게 필요한 상황에서 단합의 중심으로 떠오른 것이 바로 왕실이었고, 전례 없이 화려하고 성대하게 진행된 빅토리아 여왕 즉위 50주년 행사는 영국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 모으기에 충분했다고 하며 사회 통합 분위기를 이끌어내는 데에도 효과적이었다. 이후 왕실 의례는 영국의 오랜 전통이라는 명분 아래 더욱 정교해지고 화려해졌고,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영국 왕실의 ‘전통’이라는 것이 자리를 잡게 된 것이다.

문화의 어원은 영어의 ‘culture’ 나 독일어의 ‘Kultur’ 등을 번역한 말이다. 이들은 라틴어 ‘cultura’ 에서 유래하여 17세기 이래로 유럽에서 사용되고 있다. 이 단어는 원래 ‘농사’ 또는 ‘육체와 정신의 돌봄’ 이라는 두 가지 뜻을 가졌었다. 그에 따라 이 낱말은 처음부터 농경과 정신적 재산의 돌봄이라는 두 가지 의미로 쓰였다. 문화의 개념은 후자의 뜻으로부터 점차 민족이나 사회의 정신적, 예술적 표현의 총체라는 의미로 형성되어 갔으며, 오늘날 문화라 하면 마찬가지로 두 가지의미로 사용된다.

19세기 후반 영국 인류학자 Tylor는 문화를 ‘지식ㆍ신앙ㆍ법률ㆍ도덕ㆍ관습, 그리고 사회의 구성원으로서의 인간에 의해 얻어진 다른 모든 능력이나 습성의 복합적 총체’ 라고 정의했다. 이것은 가장 오래되었을 뿐 아니라 가장 포괄적인 문화의 정의로서 널리 인용되고 있다. 현대인들의 ‘문화인’ 이라고 부르는 것 중 한 가지는 교양 있고 세련되었으며, 예술적인 것을 지칭하는 일반적인 개념으로 볼 수도 있으며 음악, 미술, 문학, 연극, 영화와 같은 분야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문화는 우리 사회 전반의 변화를 반영하는 거울로서, 경제ㆍ사회구조, 정치ㆍ행정 환경의 변화는 국민의 생활양식인 문화를 변화시키고 이는 결국 문화정책의 변화로 이어진다. 21세기에 들어서면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국제사회에서 우리나라의 위상과 역할이 괄목할 만큼 높아졌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세계 7번째로 20-50클럽(국민소득 2만 달러, 인구 5,000만 명)에 가입했고 G-20 등을 통해 국제사회에서 리더십을 창출했으며, 국제사회의 원조를 받는 나라에서 주는 나라로 전환되는 등 명실상부한 선진국 대열에 진입했다. 따라서 이러한 국가의 지위에 맞는 문화적 품격과 리더십을 요구받게 됐다.

국제경영개발연구원에 따르면 현재 우리나라의 국가이미지 순위는 2012년도 10위에서 2013년도에는 8위로 상승이 되었고, 산업정책연구원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한 등급 상승시 상품 수출가격이 10%씩 상승이 된다고 한다. 국가브랜드위원회에서 조사한 한국에 대해 떠오르는 이미지는 ①북한(24.5%) ②경제(23.0%) ③문화(14.6%) ⑤음식(13.5%) ⑧한류스타(11.6%) 순으로 나타났다.

20세기 현대 사회는 문화전쟁의 시대라고 일컬을 만큼 고유의 문화에 대한 광고와 홍보가 줄을 이어서 치열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다름 아닌 문화 빅뱅의 시대가 도래 하여 문화에 대한 이야기가 끊임없이 회자되고 있으며, 이는 곧 국가의 경쟁력과도 일맥상통한 부분이 돼버렸다. 관광산업으로서 프랑스는 파리의 낭만을 팔고 있으며, 세계 유수의 스포츠 용구 업체들은 제품이 아닌 운동문화를 팔고 있다. 한류 3.0시대를 맞이하여 우리의 문화를 홍보하고 수출하는 전략을 짜고 있는 지금 시점에서 우리의 전통무예는 무엇을 전 세계에 홍보하고 판매를 해야 하는 것인가?

앞서 영국의 화려하고 거창한 근위병 교대식에 대해 언급한 바와 같이 우리나라에도 이와 비슷한 경우로 우리가 전통문화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이 있다. 바로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날마다 진행되는 수문장 교대식이다. 매일같이 정해진 시간에 눈이오나 비가 오나 진행되는 행사에는 외국인은 물론 시민들까지도 가세하여 사진도 찍고 전통문화에 대해 깊은 관심을 표명하는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면 조선시대에도 이러한 거창하고 화려한 수문장 교대식이 매일 행해졌을까? 이것은 영국 왕실의 근위병 교대식을 모태로 하여 관광객에게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한 문화상품인 것이다. 하지만 수문장 교대식을 본 사람들은 이것이 한국의 오래된 전통이라고 믿게 되는 것이다. 덕수궁 홈페이지에 수문장 교대식에 대한 소개를 보면 아래와 같이 설명해놓고 있다.

<조선 시대 왕궁에는 수문군이라는 군대가 있어 궁궐 문을 개폐, 경비, 순찰하는 업무 등을 수행했습니다. 왕궁 수문장 교대 의식은 영국 왕실의 근위병 교대 의식에 비견되는 화려하고 품위 있는 한국 전통 궁중 문화 재현 행사입니다>

문화란, 참으로 아이러니하고 정의를 내리기 어려운 것 같다. 전통문화란 과거의 것이 현재로 이어져 내려오거나 현재에는 단절되어 자취를 찾아보기 힘든 문화가 있는 반면, 과거에는 없던 요소들이 근래에 들어 덧붙여지기도 한다. 이러한 시각에서 본다면 전통문화라고 하는 것은 모두 오래된 것이 아닌 축적되어진 문화의 바탕 위에서 동시대인들의 합의에 의해 변동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제는 우리 전통무예의 문화에 대한 시야를 넓히고 진지하게 논의하고 실천해야할 시기가 아닌가 싶다.

이재범 주임교수 이재범 주임교수의 다른기사 보기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 무예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제목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관련기사목록
[이재범] 4차 산업혁명 시대와 전통무예 진흥 이재범 교수 2017/05/17/
[이재범] 3.0시대의 전통무예는 한류 문화 견인차 이재범 교수 2017/03/16/
[이재범] 문화의 아이러니–영국의 근위병 교대식과 덕수궁의 수문장 교대식 이재범 주임교수 2017/02/14/
[이재범] [포토] 이재범 교수, '국제건신기공포럼'서 연구 발표 무예신문 편집부 2013/10/02/
[이재범] 이재범 교수, 전통선술 양생풍류검 시범 보여 유기효 기자 2012/07/06/
배너
배너
가장 많이 읽은 기사
산딸나무, 껍질ㆍ잎ㆍ열매 효능 다 달라 / 대전 임헌선 기자
진재영, 쇼핑몰 ‘아우라제이’ 하루 매출 1억 넘어 / 최하나 기자
“연 27만 명 찾은 태권도원, 설립 2년 만에 모객 목표 달성” / 조준우 기자
제63회 경기도체전 마스코트 ‘코리요ㆍ알콩이ㆍ달콩이’ / 장민호 기자
고혈압ㆍ동맥경화, 숙변제거에 좋은 ‘호박’ / 대전 임헌선 기자
쌍용차 감자설 주식 하락 / 무예신문
경마 대신 승궁(乘弓)으로? / 유기효 기자
제11회 전국무예대제전, 9일부터 충주서 열려 / 장민호 기자
2017 자랑스러운 태권도인 상 시상식 국기원서 열려 / 조준우 기자
[포토] 무예고수들, 무예 시범이란 이런 것 / 임종상 기자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
광고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