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심층연재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글자 크게 글자 작게
오피니언
심층연재
수박(手搏)과 택견, 천대를 받았으나 기층문화로 널리 성행
기사입력: 2018/10/26 [11:40] 최종편집:
트위터 페이스북 카카오톡
▲ 前 서울대학교 스포츠과학연구소 연구원, 무예연구가 김영만  ©무예신문

고려시대 수박을 수련한 계층의 출생지로 이의민은 경주, 두경승은 전주 만경, 임견미는 평택, 변안열은 심양이라 했는데 그만큼 광범위하게 행해지고 있었다고 볼 수 있다.

 

역성혁명(易姓革命)을 이룬 조선 초기는 무(武)에 대한 관심이 급증한 시기이다. 당시에 성행한 계층을 사서(史書)를 통해서 살펴보면 시대는 달라도 신분의 귀천(貴賤)과 승속(僧俗)을 막론하고 수박과 수박희를 즐겼다. 이러한 풍습은 역성혁명의 정권(政權) 변화에도 백성들에게는 온전히 이어진 것이다.

 

그리고 수박과 택견은 시대의 변용(變容)에도 오랜 세월 동안 돈내기 등에 즐겨 이용될 정도로 대중들의 사랑을 받았다. 즉 사서에서는 시기적으로 매우 제한된 무예처럼 기록되어 있으나 실제는 저간에 깊숙이 퍼져 있는 무예이기도 했다.

 

한편 당시 민간의 기층문화로 깊숙이 침투된 또 다른 이유는 첫째, 고려와 조선을 막론하고 아무런 제약 없이 건강한 신체만으로 단련할 수 있으며, 어느 사회나 마찬가지 듯 민중들 간에 완력이 사회 속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특히 치안이 현재보다 부재했던 시대에 그러한 경향은 비교적 현저했을 것이다. 둘째, 조선의 숭문천무(崇文賤武) 풍조 가운데서도 일반 백성들의 가장 손쉬운 신분상승의 방법이 무재(武才)를 통한 선군(選軍)이었으므로 이러한 동기부여는 수박, 수박희(手搏戱)가 민중의 몫이자 대중화에 기여하는 계기로 작용했을 것이다.

 

<고려사(高麗史)>의 형률조에는 수박으로 돈내기를 금지하는 조항이 있을 정도로 수박희를 이용한 도박의 폐해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 있다. 이는 조선으로 넘어와 역성혁명으로 나라는 바뀌었지만 백성은 바뀌지 않았듯이 조선의 백성들은 여전히 수박(택견)으로 돈내기를 즐겨했다.

 

조선 말기 서예가이자, 문인이었던 최영년(崔永年)이 편찬한 <해동죽지(海東竹枝)>(1921) 탁견희(托肩戱)에 “옛 풍속에 각술(脚術)이라는 것이 있는데 서로 대하여 서로 차서 꺼꾸러뜨린다…이것으로 혹은 원수를 갚기도 하고 혹은 재물과 여자를 내기하여 빼앗는다”라는 기록과 육태안(1993)은 “신씨(申漢承)가 전해준 말에 따르면 구한말 까지 전국의 씨름판을 돌며 황소를 타가는 전문씨름꾼들처럼 경찰의 눈을 피해 은밀하게 거액의 돈이 걸린 결련태껸판이 벌어졌었고, 패자는 반죽음의 상태에 이르곤 했었다”는 송덕기로부터 전해들은 것으로 추정되는 신한승의 증언을 언급하고 있는데, 이 기록은 구한말 역시 돈내기와 더불어 택견이 민중화, 대중화가 됐음을 시사한다.

 

즉 저간에서 완전히 사라진 것이 아니라 단지 기록으로 나타나지 않을 뿐 택견은 조선말 외국인들의 여러 기록에 의하면 전문 싸움꾼들 사이에서는 돈내기의 수단으로까지 성행했던 무예였다. 즉 단편적인 기록만 보더라도 고려에서 조선말까지 기층문화로서 면면히 이어온 것이다.

김영만 무예연구가 김영만 무예연구가의 다른기사 보기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 무예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필자의 다른기사 보기 인쇄하기 메일로 보내기
닉네임 패스워드 도배방지 숫자 입력
내용
기사 내용과 관련이 없는 글, 욕설을 사용하는 등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글은 관리자에 의해 예고 없이 임의 삭제될 수 있으므로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관련기사목록
[택견] 택견의 고수 왈자 이야기(2) 김영만 무예연구가 2019/03/22/
[택견] 택견의 고수 왈자 이야기(1) 김영만 무예연구가 2019/03/14/
[택견] 과거 택견을 수련한 계층-군인을 중심으로(2) 김영만 무예연구가 2019/03/10/
[택견] 과거 택견을 수련한 계층(몰락한 양반을 중심으로)(1) 김영만 무예연구가 2019/03/02/
[택견] 택견에 관한 외국인의 기록(3) 김영만 무예연구가 2019/02/28/
[택견] 택견에 관한 외국인의 기록(2) 김영만 무예연구가 2019/02/16/
[택견] 택견에 관한 외국인의 기록(1) 김영만 무예연구가 2019/02/01/
[택견] 택견과 유술(柔術)의 관계(3) 김영만 무예연구가 2019/01/28/
[택견] 택견과 유술(柔術)의 관계(2) 김영만 무예연구가 2019/01/22/
[택견] 택견과 유술(柔術)의 관계(1) 김영만 무예연구가 2019/01/09/
[택견] 택견 용어의 이칭(異稱) 김영만 무예연구가 2018/12/27/
[택견] 통시적 관점에서 바라본 ‘택견(탁견)’ 용어의 한문표기 소론 김영만 무예연구가 2018/11/23/
[택견] 2018 택견지도자 경영세미나 열려 조준우 기자 2018/11/15/
[택견] 통시적 관점의 탁견, 택견, 태껸 용어의 변용 김영만 무예연구가 2018/11/10/
[택견] 수박(手搏)과 택견, 천대를 받았으나 기층문화로 널리 성행 김영만 무예연구가 2018/10/26/
[택견] 세대 간 소통 ‘택견’으로 해보자! ‘이크에크 페스티벌’ 최현석 기자 2018/10/24/
[택견] 필사본과 활자본에 나타난 수박(手搏)과 택견의 전모 김영만 무예연구가 2018/10/19/
[택견] 택견 최강 자웅을 겨룬다! ‘2018 택견배틀 최현석 기자 2018/08/22/
[택견] ‘전통무예 택견’ 세계로! 우즈벡에 보급된다 장민호 기자 2018/08/03/
[택견] 전 세계 택견인들, 충주로 ‘집결’ 택견캠프부터 대회까지 장민호 기자 2018/08/02/
가장 많이 읽은 기사
UFC 앤소니 페티스, 스티븐 톰슨에 2라운드 TKO승 / 조준우 기자
여자컬링, 스위스에 지며 동메달 결정전 진출 / 조준우 기자
[포토] 제1회 믹스드핏 인스트럭터 연수 열려, 전문가 70명 배출 / 강준철 기자
천무극과 아산시 전통무예 진흥 및 지원에 관한 조례 / 제갈덕주 유네스코대구협회 이사
서울시태권도협회ㆍ대한태권도협회, 국기원 승인도 없이 심사비 인상 / 조준우 기자
전통무예 진흥 관련 간담회 열려… 정책 방향 발표 / 조준우 기자
수원 비호합기도 김남철 관장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도록 지도하는 무예인” / 조준우 기자
자리공(장녹), 신장염에 상당한 효과 / 대전 임헌선 기자
‘2019 세계삼보선수권대회’ 앞두고 대규모 지원단 출범 / 조준우 기자
이재영 사무총장 “철저한 준비로 성공 예감하는 2019충주세계무예마스터십” / 조준우 기자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