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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평등주의로 망가진 교육
기사입력: 2007/07/01 [00:00] 최종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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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예신문사 편집인 조 규 석

7월이 되면 각급 학교는 방학에 들어간다. 대학의 경우 캠퍼스는 텅 빌 터이지만 대학 당국자들은 이 장마철에 짜증과 걱정이 태산일 것이다. 대학 입시에서 고교 내신을 얼마만큼 반영하느냐의 문제를 놓고 지난 6월 한 달 동안 교육부와 벌인 실랑이가 아직 완전 풀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부 주요 사립대가 내신 1~4등급까지 만점으로 처리하겠다는 2008학년도 입시안을 내놓은 것을 계기로 시작된 ‘내신 분란’을 보면서 새삼 떠올린 것은 '대학은 산업이고 산업이어야 한다'고 했던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이다.

대학도 산업이고 경쟁력을 갖춘 산업으로 거듭 나야 한다는 것은 애써 강조할 필요도 없다. 대학의 경쟁력은 국가 경쟁력의 기초이고 대학 자체로서도 존립을 위한 절대적인 과제이며 피할 수 없는 시대적 요구이다. 대학은 더 이상 상아탑일 수가 없다는 뜻이다. 진리탐구라는 대학의 본질이야 변할 수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현실과 동떨어진 이상추구에만 집착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현실을 도외시한 이상추구는 무의미하다는 점에서 상아탑이라는 별칭은 진부하다. 아니 상아탑은 이제 일종의 사어(死語)나 다름없다.

대학이 현실에 뿌리내린 산업으로서 제구실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로 한때 한국 과학기술연구원(KAIST) 총장으로 재직했던 로버트 러플린 박사가 밝힌 대학 운영 계획에 힌트가 있었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거칠게 말하자면...”이라고 전제한 뒤 “KAIST 연구진이 국가 이익을 위해서가 아니라 돈을 벌기위해 연구할 수 있도록 ‘연구 윤리’를 바꾸겠다”고 했었다. 그의 이와 같은 계획이야 말로 '대학=산업'의 길을 명료하고 설득력 있게 제시해 준다.

‘대학은 산업’이라던 노대통령의 연두회견이 있던 무렵 전 코스닥 시장에 한 벤처 기업이 공모주 청약을 시작했던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청약 마감을 하루 앞두고도 경쟁률이 10대 1에 육박했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번쩍 눈에 띄는 것은 이 기업이 애초 대학 실험실에서 창업된 기업이라는 점이다. 서울대 실험실 창업 벤처 기업 1호인 SNU였다. 공모가격이 액면가(500원)의 54배인 2만 7천원에 이르러 코스닥 등록 후 시가 총액이 1018억원이 된다는 것이었다. ‘연구=돈벌이’의 실증사례였다.

세계의 선진국들은 교육 개혁에 한창이고 대학들은 경쟁력 향상을 위해 혈안이다. 선진국뿐인가. 중국은 우수인력 확보에 국가가 발 벗고 나섰고 최근 미국을 방문한 베트남 총리는 만사 제켜놓고 교육 협력문제에 대해 부시 행정부와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결국 대학은 산업이라는 인식의 정책적 표출인 셈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금 당면한 문제는 무엇보다도 오늘의 대학 입시 제도로는 대학=산업, 연구=돈벌이라는 등식 추출이 대단히 어렵다는 점이다. 대학의 경쟁력에 기초적이고 기본적인 요건인 우수 인재의 선발부터가 원천적으로 제한되기 때문이다. 대학입시에서 이른바 '3불‘(不:고교 등급제, 본고사형 지필고사, 기여 입학 불가)이 부동의 원칙으로 완강하게 버티고 있는 것이다. 이번 내신 반영 분란도 대통령이 거듭 내신 대폭 반영을 강하게 지시한 것이 발단이었다.

그동안 숱하게 지적돼온 대로 현행의 대입 제도는 ‘로또식’ 선발이 될 위험소지가 크다. 이제는 기업도 우수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다양하고 기발하다고 할 정도의 여러 신입사원 선발 방법을 동원하고 있는 시대인데도 대입 제도는 오히려 뒷걸음이다. 이대로는 대학을 경쟁력 있는 산업으로 발전시킬 수 없다. 학생 자신에게는 물론 대학과 나라에 부를 창출해 줄 우수 인력의 양성, 배출도 어려울 건 뻔한 이치다. 대학이 산업이기 위한 최우선 요건은 대학에 학생 선발권을 돌려주는 일이다. 대학 책임으로 우수 인재를 가려 뽑을 수 있는 길을 봉쇄해 버린 평등주의 제도아래 국가 경쟁력인들 어떻게 기대 할 수 있겠는가.

교육 평등주의에 대한 집착이야말로 노무현 정부의 가장 큰 과오의 하나로 기록될 개연성이 크다. 정권의 마감이 가까워 오는 시점에서 집권핵심들은 평등주의로 우리 교육이 얼마나 망가지고 있는가를 겸허한 마음으로 성찰해야 할 것이다. 아직은 시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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