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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무극과 아산시 전통무예 진흥 및 지원에 관한 조례
기사입력: 2019/03/19 [17:34] 최종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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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네스코대구협회 제갈덕주 이사     ©무예신문

무예사 관련 자료는 크게 문헌사와 구술사로 나누어진다. 주로 20세기 이전의 자료는 문헌사를 통해 연구되지만, 20세기 이후의 자료는 구술사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필자는 무예사 연구 전문가가 아니지만 무예용어에 관심이 많아 문헌 자료 연구를 주로 진행해 왔다. 그러다가 지난 2014년 무예신문이 주최하고, 대한민국 합기도를 사랑하는 모임이 주관하여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진행된 『전통무예진흥법의 합기도 문제와 발전방안』 대토론회에서 김정환 연구자의 발표를 들으며 무예사 연구에 있어서 구술사가 얼마나 유의미하고 필요한가를 깨닫게 되었다.

 

그 후 틈나는 대로 문헌사 자료를 정리하여 무예용어에 관한 연구를 지속하면서 지인들과 개별적으로 정보를 교환해 오고 있다. 그러던 중 최근 무예신문에 기고한 내용을 통해 대한수박협회 송준호 회장으로부터 한 통의 편지를 받게 되었다. 보은군에서 국제무예올림피아드대회를 개최하기 위해 조직위원회를 구성하고 있는데, 회의에 참석해서 좋은 의견이 있으면 내어달라는 요청이었다. 보은군에서 최근 신미대사와 관련된 훈민정음마당이라는 공원을 조성했다고 하여 관심을 가지고 있던 차였기에 흥미가 생겨 회의에 참석하게 되었다.

 

이 날 자리에는 각종 무예단체 관계자들과 지역 언론인 및 시민활동가들이 참석해 있었다. 행사 추진 준비가 어느 정도 기획되어 있었고, 지자체에서도 적극성을 보이고 있어 특별히 자문할 내용은 없었지만, 최근 충청도 무예계의 동향과 관심 사항에 대해들을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그런데 이 날 자리에서 매우 뜻 깊은 인연을 만나게 되었다. 프로태권도의 한 갈래인 천무극의 계승자라고 소개한 그는 남민우 원장이었다. 필자는 앞서 칼럼을 통해 전통무예 활성화를 위해 지역별로 진흥 조례 제정이 필요함을 주장한 바 있다. 그 직후 대구광역시의회와 함께 ‘대구광역시 전통무예 진흥 조례 제정’을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참고를 한 것이 바로 ‘아산시 전통무예 진흥 및 지원에 관한 조례’였다. 앞서 밝힌 바와 같이 지역 단위 조례는 지역 특화 조례들이 대부분이다.

 

충주시의 택견 조례나 수원시의 24기 조례 같은 것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조사 결과 특정 무예에 구속되지 않고 지역에 소재한 전통무예들을 포괄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조례는 아산시 조례가 최초였다. 다만 아산시가 특정 전통무예의 특화도시로 부각된 적이 없어 조례 제정의 경위가 궁금했었다. 그러던 차에 이 회의 자리에서 제정을 주도한 당사자를 만나게 되었다. 바로 남민우 원장이었다. 필자가 무예용어를 연구하면서 무예 관련 연구를 병행하기는 하였지만, 무예사 자체가 주전공이 아닌 탓에 한국의 모든 전통무예에 관한 정보를 가지고 있지는 않아 천무극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

 

시간이 부족해서 전 과정에 대한 진술을 듣지는 못해 아쉬웠지만, 짧게나마 그 경위에 대한 진술을 듣게 된 것은 무척 고무적인 일이었다. 경위는 이러했다. 몇 해 전 남민우 원장이 아산시에서 주최하는 행사에 퍼포먼스 단체로 초대를 받게 되었다.

 

그런데 천무극이라는 종목이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보니 막상 진행 과정에 있어서 상당한 어려움을 겪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어렵게 찾아온 기회를 포기할 수 없었던 원장은 수련생들과 함께 최선을 다해 공연을 진행하였고, 그 결과 지나가던 시민들의 눈길을 끄는 데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이 행사가 천무극이라는 무예를 시민들에게 알리는 계기가 되기는 하였지만,

 

그 진행 과정에서 다양한 어려움을 겪으며 남민우 원장은 행정적 지원을 받기 위해서 법적 토대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깨닫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지인들과 함께 아산시의회를 설득하여 지역의 전통무예를 진흥하기 위한 조례 제정에 착수하였으며, 그 결과 마침내 현재의 조례를 제정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보다 구체적인 경위는 다음 번 모임을 기약하며 헤어지게 되었지만, 그동안 궁금해 했던 현대 무예사의 의문점 하나를 풀게 되어 무척 유익한 시간이었다. 그 경위를 들어보면 전통무예진흥법이 지닌 문제점으로 인해 발생하는 현장의 어려움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지역 문화 활동의 일환으로서 전통무예가 지닌 위상에 대한 정책적 고려가 부족한 점, 근현대 창시무예나 소수단체에 대한 배려와 공감이 부재한 점, 다양성과 다원성에 근간을 두지 않은 국가 무예 관리 시스템의 한계 등이 구구절절 묻어났다.

 

현행 관리 체계는 공존의 방향성보다 특정 세력이나 단체에 대한 전략적이고 집중적인 지원이 강화되어 있어 배타성이 강한 단점이 있다. 이는 유네스코의 문화다양성 협약의 정신에 위배되는 것이며, 앞으로 전통무예 발전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현재 추진되고 있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사업에 일정 부분 지지를 보내고 싶다. 전통무예진흥법이 제정된 지 어언 10여 년이 지나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뚜렷한 방향성과 지원 대책을 찾지 못해 진흥 사업 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현재 수립된 계획을 점진적으로 추진해 나가되, 이에 대한 보완 대책 또한 함께 연구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기 위해서는 작은 사업이라도 시급히 추진하는 적극성과 함께 소수 단체의 의견을 경청하고 수렴하는 능동적 자세도 갖추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전통무예 진흥 사업의 추진이 늦어지면서 무예인들의 설 자리는 점점 줄어들고 있으며, 문화계의 중심축은 스포츠와 공연을 중심으로 재편되어 가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민족문화의 중요한 자산이며, 국난의 시기마다 나라를 지켜온 숨은 저력인 우리의 전통무예들이 사장되고 말 것이다.

 

정조대왕께서는 국난 극복을 위해 당시 동북아에 산재해 있던 다양한 무예들을 수렴하고 집대성하여 민족무예가 가야할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하였다. 그 과정에서 『무예도보통지』와 같은 기록유산이 탄생하기도 하였다. 『무예도보통지』에 기술된 역사관을 살펴보면, 역사적 전통성과 더불어 시대적 특수성 또한 무척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즉, 외국에서 유입되어 재정립한 기예에서부터 당시 새롭게 정비되고 창안된 기예에 이르기까지 폭넓게 수용할 수 있는 실용적 역사관을 제시하고 있다. 역사적 연원을 밝히면서도 현실적인 점을 고려하여 외국의 것이든 새롭게 만들어진 것이든 고유문화로 편입시키는 탄력성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기술의 발전과 보급을 위해 인접한 국가의 문화자산들까지 흡수하고 재정립하여 국가의 중요한 전략적 자산으로 편입시킨 정조대왕의 역사관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기이다. 『무예도보통지』에서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어쩌면 그 기술이 아니라 바로 그 역사관일지도 모른다. 이에 [무예 탐방] 편에서는 지난 몇 년 간 필자가 만난 무예인 또는 무예연구가들과의 소소한 경험들을 공유하면서 무예사관에 대한 방향성과 현장의 목소리를 전달해 보고자 한다.

 

※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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