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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견사 탐구] 택견 명수(名手)들의 과시(誇示)
기사입력: 2019/03/31 [22:38] 최종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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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前 서울대학교 스포츠과학연구소 연구원, 무예연구가 김영만     ©무예신문

조선시대 힘깨나 쓰던 택견명수들은 용력(勇力)을 과시하기 위해 ‘난간치기’ 같은 시범을 보이기도 했다. 난간치기란 기와집 추녀에 붙어서 돌아가는 것을 말하는데, 이때 기왓장을 붙드는 손의 모양이, 기와가 두꺼워서 손가락 힘만으로 ‘ㄱ ’자로 잡고 이동하게 된다.

 

구한말 고종 황제 때에 무과 급제하여 일개 부장(요즘의 선임하사격)이었던 '권제비'라는 사람은 고종 앞에서 상투 끝에 명주 세 필을 갖다 걸고 그것들이 땅에 끌리지 않을 정도로 빨리 뛰었다고 하여 고종이 '너는 사람이 아니라 제비'라고 그런 이름을 붙여주었는데, 그가 바로 난간치기의 명수였다. 건청군 앞 연못의 경회루보다 약간 작은 정자 2층의 누마루에서 휙 올라가 기왓장을 붙들고 순식간에 24바퀴를 도는 난간치기 시범을 보인 그는 고종의 특별 명령으로 졸지에 종6품 선전관으로 승진하였다는 일화가 전한다(권태훈, 1989).

 

십팔기를 했다는 원봉석에게서도 비슷한 일화가 전한다. 원석봉은 무아관 사람으로 금위영 초관으로 있다가 나중에 소대장까지 한 사람인데, 한규설씨가 포상으로 있을 때 부호장 노릇을 했다. 원봉석은 평상시에는 아주 느리고 굼뜨지만 여차직 할 때는 매우 날랬다. 두 다리를 모으고 앉았다가 무릎팍을 탁 치고 ‘왁’ 소리를 치면서 장정 한 길은 뛰어오를 수 있었다고 한다. 총 끝에 창을 끼어 세워 놓은 것을 살짝 뛰어넘거나, 장정을 세워 놓고 살짝 뛰어넘으면서 두 발로 상투에 꽂은 동곳을 뽑을 정도였다. 그 뿐만 아니라 높은 무아관 대청 처마의 서까래를 잡고 둘레를 한 바퀴 빙 돌 정도의 능력을 지니고 있기도 했다. 원봉석은 원세개가 조선에 와서 가르친 36괴 가운데 반절인 18괴만 익혔다. 가르치다 보니 자기나라 36괴를 하는 사람보다 더 잘해서  더 이상 가르쳐서는 안 되겠다고 해서 그리했다고 언급하고 있다(朝光, 1941. 7권 4호).

 

이런 유(類)의 과시는 강대사람인 김오흥의 일화에서도 보인다. 한강 연안의 ‘오강’에는 주거지가 집중되어 있었으며 주민들은 선업(船業)과 상업을 많이 하고 ‘강대사람으로 불렀다. 김오흥은 서강 쪽에서 선운으로 업을 삼는 사람이었다. 용력이 절륜하여 능히 읍청루(마포 쪽에 소재하던 서울의 훈련도감에 속했던 유명한 누대 처마)에 올라가서 기왓골에 발을 걸고서 거꾸로 가기도 했다. 제비나 참새보다도 민첩했다. 길에서 무슨 말썽이 일어난 것을 보면 대뜸 약자를 편들고 기우는 쪽을 부축하여 자기의 목숨까지도 돌아보지 않았다. 오흥이가 있어서 마을 사람들은 옳지 못한 일을 감히 행하지 못했다(강명관, 2004).

 

이 세 인물들은 지역적으로 또 직업적으로 석전이 성행하던 지역에 근무하거나 살았으며 그 용력을 지니고 석전을 피할 성격이 아니기 때문이다. 권제비나 원봉석은 하급무관이었으며 김오흥은 기질 뿐 아니라 용력이 출중하고 석전에 능한 강대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위에서 원봉석이 중국무술인 18기를 익혔다고 했지만 그가 18기를 어릴 적부터 배운 것이 아니라 택견을 익히고 무관으로 임용 후에 생겨난 듯하다. 첫째는 그가 조선조 하급무관으로서 대부분의 하급무관이나 군사들이 그러하듯 택견을 익혔을 것이고 둘째는 택견을 능숙하게 했기에 18기를 배울 기회를 얻은 듯하다. 셋째, 위와 같은 종류의 시범은 택견명수들이 즐겨하는 시범 중에 하나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택견명수들의 과시(誇示)는 조선의 마지막 택견명인 송덕기의 택견기술로 전해지는데‘상대를 꼼짝 못하게 제압하고 뽐내는 것’이다.  

 

※ 외부 필진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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