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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발끝에 채이는 블랙홀] 27. 엘리엇 명시 황무지

신상성 소설가 (용인대 명예교수)

신상성 소설가 | 기사입력 2023/06/09 [15:15]

[웹소설-발끝에 채이는 블랙홀] 27. 엘리엇 명시 황무지

신상성 소설가 (용인대 명예교수)

신상성 소설가 | 입력 : 2023/06/09 [15:15]

▲무예신문

 

“아, 이럴 땐 T.S. 엘리엇의 ‘황무지’ The Waste Land가 생각난다”

카레나가 중환자실 문밖으로 실려 나가는 코로나 환자를 보며 중얼거렸다 

“엘리엇이 에즈라 파운드에게 보낸 편지 ‘죽은 자의 매장’ 같아”

그미가 혼자 중얼거리는 것을 곁의 치치와나가 들었나보다.

“그래 우리가 옥스퍼드 대학 CEO 영미 현대시 강의 때 같이 들었던 명시 제목 아냐?”

“이럴 때 딱! 적절한 넘사벽이야”

이 유명한 ‘황무지’는 1922년에 발표한 434줄의 시이다. 

아직 이 시를 뛰어넘는 포에지가 없다.

 

사월은 가장 잔인한 달/ 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 내고/추억과 욕정을 뒤섞고/ 잠든 뿌리를 봄비로 깨운다/ 겨울은 오히려 따뜻했지요/ 망각의 눈으로 대지를 덮고/ 마른 뿌리로 약간의 목숨을 남겨 주었습니다/ 햇빛이 나자 호프가르텐 공원에 가서/ 커피를 마시며 얘기했어요/ 나는 러시아인이 아닙니다

 

카레나가 치치와나의 모가지를 끌어안으며 등허리를 가볍게 쳐주었다.

순간 그미는 뜨끔했다.

절친의 애인 코리칸을 내가 휘젓고 다닌 것을 카레나가 혹시 알고 있는 것일까,

그냥 모르는 척하는 것일까.

거의 십여 년 전 그들은 영국 옥스퍼드 대학에서 처음 만났다. 

이후 다국적 재벌기업 CEO 현장실습인 유럽 여행 때에도 한방에서 잤다.

그러다가 최근 런던 대법정에서 우연히 만났다.

치치와나의 사촌 언니가 남편이었던 중동 왕자와의 세기적 이혼 사건 때이다.

 

그 이혼 소송비 약 7900억 지구상 최고의 위자료 청구액이다.

결국, 영국법원은 언니의 손을 들어주었다.

그때 몰려든 국제기자단에서는 그 언니의 불륜이 확인되었다.

그러나 엄격한 이슬람 율법에 따라 불태워 죽임을 당할지도 모른다.

따라서 언니와 두 남매의 평생 양육비 등 거액의 위자료를 판결한 것이다.

서로 가끔 인스타그램 등 눈 SNS 등을 통해 사진 등을 공유하는 등 해왔으나 현장에서 맞닥뜨린 건 법정이다.

 


어쨌든 태권도원 현관은 통제가 엄격했다.

하얀 방탄복 아닌 방역복을 푹 뒤집어쓴 간호사들이 바쁘게 오르내렸다.

멘붕이다.

태권도원은 도장이 아닌 병원으로 급조된 셈이다. 

코로나 아니 오미크론에 손님 한 사람이 걸렸단다.

반나절 만에 체육관 친구들 99%가 쓰러졌다는 것이다.

“야, 복세편살! 이거나! 빨랑 갈아입어”

누군가 태권도 도복 비슷한 방역복을 내밀었다.

뒤돌아보니 엉! 강종한 스승이 아닌가?

하마터면 주저앉을 뻔했다.

투명한 플라스틱 너머 강 선생 얼굴이 보였다.

끓는 물 같은 땀이 이마에서부터 줄줄 흘렀다.

“머야? 넘사벽이야, 빨리 따라와!” 

아니, 이건 또 배무정 선배랑 구칠이도 그 뒤에 보였다.

 

카레나가 불쑥 내미는 우주선 조종사 모자도 받았다.

태권도원인가, 아직도 독갓탤 환상인가, 

코리칸은 아직도 헷갈린다.

“프갓텔 태권도시범단 주장이었던 기성정 알제?”

“그 시키가 또 사고 쳤어!”

카레나가 간호원장실 옆 탈의실에 들어가며 코리칸 귀에 바짝 대고 속삭였다.

“프갓탤 공중회전 때, 니 등을 밀었다던 라이벌인 팀 기성정 그 시키 말야?”

“맞아! 그러나, 그때 너를 민 놈은 그놈이 아니고 딴 년이라구 했쟎아”

“여자 후배, 부팀장이 프갓탤호텔 회식 때 무릎 꿇고 고백했지!”

 

코라칸은 카레나와 함께 올드 쎔 간호사 히프 뒤를 따라갔다.

한국판 나이팅게일이란다.

청와대 게시판에는 오늘도 간호사 충원을 요청한다!며 약 29만 명 청원이 올라갔다. 

복지부 장관 등 아직도 청와대 눈치만 보며 미적거리자 결국 많은 나이팅게일이 제복을 벗어 던지고 떠났다.

불타는 집에 이런 식으로 미적거리다간 그냥 타죽고 만다며 뛰쳐나가는 간호사들이다.

반대로 장롱면허 휴직 간호사로 있던 아줌마 간호사들이 태권도원 현관으로 날아오는 천사들도 더러 있었다. 

나가고 들어오고……. 들어오고 나가고,

극한적 위급상황 때 그 인간의 됨됨이를 알 수 있을 것이다.

특히 경험 많은 올드쎔, 장롱 간호사는 국가적 보물이다. 

“간호사 1년 차 이직률 37.8%라던가?” 

“특히 야간 나이트 근무 때 스트레스는 배가되지요”

밀려 들어오는 응급환자들일 때 더 고통스럽다.

그래서 간호조무사들로 대개 대체근무를 한다.

그들은 또 승진을 위해 목숨 건다.

박봉의 간호계통 생태계이다.

간호사들이 많을수록 반비례로 환자 사망자 수가 줄어든다.

예컨대, 환자당 간호사 수 대비 놀웨이 3.7%, 한국19.3%이다.

“지금 여기 태권도원 간호사 비율은 1인당 약 42명이에요”

“간호조무사들은 화장실 갈 시간도 없시유”

 

해양경찰 출신 백재연 경위가 팔을 걷어붙이며 말을 했다

그는 정년퇴직하자 그래도 국가에 더 헌신하겠다고 남자 조무사로 재취업했다.

그는 근무 중이던 인천 대학병원에서 일단의 조무사들을 데리고 자원봉사 하러 왔다.

“느기미, 죽기 직전 코로나 환자들 살리느라 바빠 죽겠는데”

언론사 기자 시키들 카메라 들이밀고 개지랄이야?

그들은 자기들 신문 보도 경쟁이다.

좀 탱탱하고 이쁜 간호사들만 골라 보도하고 싶은 것이다.

“헐, 이 와중에 의정부 병원에서 ‘태움’으로 간호조무사 하나가 또 극한선택 했대유”

“헐 멘붕이네, 극한에 극한이야.”

더구나, 북한에서는 오늘 새벽 극초음속 지대지 미사일을 쏘아서 목표물에 명중시켰다.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또 이마에 임금 ‘왕(王)’자를 올리며 점잖게 말했다.

“우리는 북한에 조건 없는 대화를 몇 번씩 제안했으나 이캐 미사일로 네 번씩이나 응답했습니다”

평양은 과거에도 그랬고 현재도 그렇고 미래도 변함없을 것이다.

미 국방장관도 검은 눈을 더욱 검게 뜨며 카메라를 노려보았다.

그 어두운 눈 어딘가 붉은 핏발이 섬뜩하다.

바이든 미 대통령은 벌써 1년 넘어 작년부터 한국에 대사를 파견하지 않고 있다.

한미동맹 이후 처음 있는 이러한 극한 위급성은 처음 터진 불안이다. 

 

 

그때 샴쌍둥이! 엄마가 창고 쪽으로 뛰어갔다.

아니, 레알, 레알? 

“나는 폴란드 아우슈비츠 포로수용소 출신 요한나에요”

“엥? 독일 DM 티브이에서 보던 샴 애기환자 샴 엄마 아냐?”

“지못미!” 소리치며 뛰어갔다.

얼굴이 까무잡잡한 인도 간호사도 시퍼런 도끼를 들고 갔다.

엄지 척! 나를 따라오라며 서로들 앞장서서 창고 쪽으로 뛰었다.

“아니 백의의 천사 나이팅게일 아냐?”

 

아, 그러고 보니 과거 회귀 유명 간호사들 빙의였다.

나이팅게일은 시퍼런 도끼 들고 창고 철문을 내리찍었다.

별로였다.

백재연 간호조무사 대장이 그 도끼를 빼앗아 찍었다.

200m 거구의 사나이 백씨 아재가 창고 열쇠를 몇 번 때리자 결국 뻥! 터졌다.

창고 안 냉장고에 숨겨져 있던 오미크론 주사약 상자들을 끌어냈다.

몰려섰던 자원봉사자들이 일렬로 서서 상자를 음압병실로 급히 이송했다.

중증환자들이 연달아 시체가 되어 나가는 판국에 복지부에선 아직도 숫자놀음에만 빠져있다.

현장의 위급함을 모른 채 코로나 치료 약을 아직도 이렇게 많이 확보해 놓고 있다는 전시용에만 급급한 것이다.

“엉? 치치와나 아냐?”

그 긴 줄 사이에는 치치와나의 금발도 유난히 빛났다.

“낄끼빠바! 이캐 바쁠 때는 바쁘게 돌아야제 크크”

“카레나야, 반갑구낭, 나는 아직도 이태백 아냐!”

그러니까, 이럴 땐 아주 유효하게 써먹는 거야. 

그러나 검은 먼지 속에 금발은 재미있는 비빔밥 머리가 되었다.

 

“기성정! 그 시키가 때문에 뒤집어졌어”

“덕분에 이 태권도원 전체가 병원으로 급조된 거야”

“멤버들 140명이 다 양성판정을 받아서 난리야”

“그게 무슨 말이야?”

기성정이가 코로나에 감염된 것을 숨기고 대구 신천지 교회에서 여기 태권도원에 들어왔대, 

보름간이나 외국 어린이들에게 태권도를 가르쳤다는 거야,

그놈이 중국에서 입국하면서 대구교회에서 오래 숙식을 했다.

경찰청에서 그 교회를 봉쇄하여 전체 교인들 PCR 검사를 했다. 

그때 기성정도 발각되어 경찰에 넘겨졌다는 거야,

더 웃기는 것은 기성정이가 베이징에서 귀국 이후 보름간 일정을 속였다는 것이다. 

두 연놈이 거짓말을 하는 바람에 코로나 전염환자가 폭증했다.

“한 번 해병은 영원한 해병이듯, 한번 사기꾼은 영원한 사기꾼 아닌가?”

“DNA는 본능이 아니라 하늘이 내린 천능이야, 누구나 천성은 죽을 때까지 못 속여” 

“박사방 쥔 같이 아주 더러운 해충이야.”

누군가 코리칸 등을 확 밀었다.

뒤돌아보니 치치와나가 웃고 있다.

어느새 그미도 방역복으로 갈아입고 음압기를 안았다.

모두 서둘러 뛰었다. 

어느 병실 안으로 차례로 배정되어 들어갔다.

코리칸이 들어간 중환자 병실 침대에는 기성정이 시커멓게 타들어 죽어가고 있었다.

그래도 코리칸을 알아보는지 어이! 하며 한 손을 올렸다가 힘없이 내렸다.

응급산소통과 링겔 줄들이 그의 코와 가슴에 거미줄이다.

여기서는 말이 소통되지 않아 급할 때는 그냥 밀어버리거나 수화하듯이 두 손으로 춤추어야 하는 위급상황들이다.

수화 때는 등허리에 두드리는 숫자대로 기역, 니은, 디긋....

그리고 모음 아야어여……. 순서를 재빨리 조합해야 한다.

깜방에서 옆방 죄수와 통음 소통하는 방식이다. 

 

* 27화 끝.

 

※웹소설-발끝에 채이는 블랙홀은 픽션입니다.

신상성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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