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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정의는 반드시 돌아온다

임성묵 대한민국무예단체협의회 회장 | 기사입력 2026/05/08 [11:08]

역사의 정의는 반드시 돌아온다

임성묵 대한민국무예단체협의회 회장 | 입력 : 2026/05/08 [11:08]

▲ 임성묵 대한민국무예단체협의회 회장   ©무예신문

역사는 늦을 뿐, 결코 침묵하지 않는다. 그리고 정의는 더디게 오더라도 세월이 지나면 결국 그 자리에 찾아온다. ‘친일재산 환수법’이 지난 5월 7일 국회에서 통과됐다. 무려 16년 만이다. 이 법은 단순 재산 환수의 목적이 아니라, 대한민국 현대사 속에 오랫동안 묻혀 있던 역사적 모순과 왜곡을 바로잡겠다는 시대적 선언이다.

 

그동안 자조 섞인 말이 떠돌았다. “독립운동을 하면 3대가 망하고, 친일을 하면 3대가 흥한다”는 말처럼, 씁쓸하지만 부정하기 어려운 현실이었다. 나라를 위해 목숨을 희생한 독립운동가와 그 후손들은 가난과 무관심 속에서 살아야 했고, 반대로 일제에 협력했던 일부 세력은 해방 이후에도 권력과 부를 유지하며 사회 지도층으로 군림했다. 더 심각한 것은, 친일의 흔적이 정치와 경제 분야에만 남아 있지 않았다는 점이다. 문화와 교육, 체육, 그리고 무예 분야까지 깊숙이 스며들어 있었다.

 

무예계 역시 예외가 아니다. 해방 이후 상당수 일본 무도가 마치 우리의 전통무예인 것처럼 포장되었고, 일부는 국민을 기만한 채 한국적 이름을 덧씌워 세력을 확장해 왔다. 일본에서 건너온 무도가 어느 순간 ‘민족의 혼’인 양 둔갑했고, 정체성을 숨긴 채 한국 전통문화의 자리를 차지해 온 것이다. 물론 시대적 배경과 과정에 대한 다양한 해석은 존재할 수 있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일본 무도를 뿌리로 한 종목들이 자신들의 역사적 계보를 숨기거나 왜곡한 채 전통무예라는 이름으로 제도권 진입을 시도해왔다는 점이다.

 

더욱이 시간이 흐르면서 그 종목들의 원류와 계보가 일본 무도였다는 사실이 드러났음에도 일부 세력은 이를 인정하기보다 괴변과 논리 비약으로 본질을 흐려왔다. 심지어 “이미 한국화되었다”는 말로 모든 문제를 덮으려 했다. 그러나 역사적 정통성과 문화적 원류는 단순한 시간의 경과만으로 바뀌지 않는다.

 

이번 친일재산 환수법 통과가 의미 있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역사는 결국 진실을 향해 움직이며, 왜곡된 가치 또한 언젠가는 제자리를 찾는다는 점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이 흐름은 한국 무예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지난해 개정된 전통무예진흥법에서 ‘고유한 개념’이라는 문구가 법 조항에 명시된 것은 결코 가벼운 변화가 아니다. 이는 한국의 전통무예의 정체성을 판단하는 핵심의 기준이 될 대목이다.

 

과거 전통무예진흥법은 전통무예의 개념과 범위가 지나치게 포괄적이었다. 그 결과 외래무도와 전통무예의 경계가 모호해졌고, 사실상 일본 무도를 포함한 다양한 외래 종목들이 제도권 안에서 활동할 수 있는 여지가 있었다. 하지만 이번 전부 개정안은 다르다.

 

‘고유한 개념’이라는 표현은 수식어가 아니라, 전통무예의 역사성과 문화적 정체성을 요구하는 법적 기준에 가깝다. 즉, 외래무도가 한국에서 오래 수련되었다는 이유만으로 전통무예로 인정받기는 어려워졌다는 뜻이다.

 

지금 당장은 그 변화가 피부로 와닿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그 파장은 커질 가능성이 높다. 앞으로 외래무도 종목이 전통무예 종목으로 지정되거나 둔갑을 시도하는 순간, 개정된 법률 조항을 근거로 수많은 이의제기와 법적 논쟁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도 일부에서는 여전히 2008년 법률 논리를 들고나와 전통무예 종목 지정을 운운하고 있다. 그러나 시대는 이미 바뀌었고, 법의 정신도 달라졌다. 과거의 모호한 기준과 논리로 현재를 설명하려는 시도는 설득력을 잃고 있다. 이제는 “무엇이 한국 고유의 무예인가”라는 본질적 질문을 피할 수 없는 시대가 왔다.

 

역사의 정의는 반드시 돌아온다. 친일의 역사도, 문화 왜곡의 역사도, 언젠가는 반드시 평가를 받게 된다. 정체성을 숨긴 채 전통을 흉내 내는 시대는 점점 끝나가고 있다. 전통무예의 미래는 외형적 규모가 아니라, 역사성과 정통성 위에서 다시 세워져야 한다.

임성묵 대한민국무예단체협의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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