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칵 실랏은 인도네시아를 중심으로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브루나이, 필리핀 등지에 전해져 내려온 무예다. ‘펜칵(Pencak)’은 자바 지역에서 사용되던 말로 예술적 움직임과 공연적 요소를 뜻했고, ‘실랏(Silat)’은 실전 격투와 자기방어를 의미했다. 두 단어가 합쳐지며 펜칵 실랏은 ‘예술성과 실전성을 함께 지닌 무예’라는 독특한 정체성을 갖게 됐다.
역사적으로 마자파힛 왕국 시기에 크게 발전했다. 왕족과 귀족의 호신술이었던 펜칵 실랏은 이후 군대와 민간으로 퍼지며 동남아시아를 대표하는 무예 문화로 자리 잡았다. 1980년 3월 10일, 자카르타에서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싱가포르·브루나이의 협회 관계자들이 모여 국제펜칵실랏연맹을 설립하면서 국제화의 기반도 마련됐다. 이후 펜칵 실랏은 동남아시아를 넘어 유럽과 세계 각지로 확산됐다.
펜칵 실랏 경기는 크게 대련 분야와 시연 경기로 나뉜다. 대련 경기는 얼굴 공격이 제한되며, 손과 발을 이용한 타격과 함께 잡기, 넘기기 기술이 허용된다. 하지만 공격만 성공한다고 높은 점수를 얻는 것은 아니다. 경기 중간과 마무리에서 예술적 움직임과 균형감 있는 표현이 중요하게 평가된다.
시연 경기는 더욱 독특하다. 전통 음악과 호흡에 맞춰 기술과 예술성을 표현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며, 마치 한 편의 전통 공연을 감상하는 듯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화려한 몸놀림 속에서도 실제 전투 기술의 흐름이 살아 있어, 예술과 실전 무예가 자연스럽게 공존하는 펜칵 실랏만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세계적인 휴양지 발리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전통춤과 의식 문화가 일상 속에 살아 있는 발리에서는 펜칵 실랏의 예술적 감성과 정신세계를 더욱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다. 해 질 무렵 사원과 바다가 어우러진 풍경은 인도네시아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전한다. <계속> <저작권자 ⓒ 무예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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