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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무예로 떠나는 세계여행 - 인도네시아 ‘펜칵 실랏(Pencak Sila)’

이상미 기자 | 기사입력 2026/05/18 [18:40]

[기획] 무예로 떠나는 세계여행 - 인도네시아 ‘펜칵 실랏(Pencak Sila)’

이상미 기자 | 입력 : 2026/05/18 [18:40]

▲ 펜칵 실랏_마르노 수마르노  (무예신문)


인도네시아를 여행하다 보면 곳곳에서 독특한 몸짓과 리듬을 마주하게 된다. 전통 음악에 맞춰 흐르듯 이어지는 움직임, 춤처럼 부드럽지만 순간적으로 날카로운 공격으로 이어지는 동작들, 이것이 바로 전통무예 ‘펜칵 실랏(Pencak Silat)’이다.

 

펜칵 실랏은 인도네시아를 중심으로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브루나이, 필리핀 등지에 전해져 내려온 무예다. ‘펜칵(Pencak)’은 자바 지역에서 사용되던 말로 예술적 움직임과 공연적 요소를 뜻했고, ‘실랏(Silat)’은 실전 격투와 자기방어를 의미했다. 두 단어가 합쳐지며 펜칵 실랏은 ‘예술성과 실전성을 함께 지닌 무예’라는 독특한 정체성을 갖게 됐다.

 


전해지는 설화도 흥미롭다. 한 여인이 강가에서 빨래를 하던 중 호랑이와 큰 매가 싸우는 모습을 지켜보느라 귀가 시간이 늦었다. 남편은 화를 내며 아내를 때리려 했지만, 여인은 방금 본 동물들의 움직임을 따라 상대의 공격을 모두 피했다. 결국 남편은 지쳐 쓰러졌고, 이후 그 기술을 배우며 무예가 시작됐다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마자파힛 왕국 시기에 크게 발전했다. 왕족과 귀족의 호신술이었던 펜칵 실랏은 이후 군대와 민간으로 퍼지며 동남아시아를 대표하는 무예 문화로 자리 잡았다. 1980년 3월 10일, 자카르타에서 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싱가포르·브루나이의 협회 관계자들이 모여 국제펜칵실랏연맹을 설립하면서 국제화의 기반도 마련됐다. 이후 펜칵 실랏은 동남아시아를 넘어 유럽과 세계 각지로 확산됐다.

 

▲ 사진=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


1987년 동남아시아 경기대회 정식 종목으로 채택됐으며,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도 큰 주목을 받았다. 이어 2019년에는 유네스코 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며 문화적 가치를 세계적으로 인정받았다.

 

펜칵 실랏 경기는 크게 대련 분야와 시연 경기로 나뉜다. 대련 경기는 얼굴 공격이 제한되며, 손과 발을 이용한 타격과 함께 잡기, 넘기기 기술이 허용된다. 하지만 공격만 성공한다고 높은 점수를 얻는 것은 아니다. 경기 중간과 마무리에서 예술적 움직임과 균형감 있는 표현이 중요하게 평가된다.

 

시연 경기는 더욱 독특하다. 전통 음악과 호흡에 맞춰 기술과 예술성을 표현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며, 마치 한 편의 전통 공연을 감상하는 듯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화려한 몸놀림 속에서도 실제 전투 기술의 흐름이 살아 있어, 예술과 실전 무예가 자연스럽게 공존하는 펜칵 실랏만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

 


펜칵 실랏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인도네시아의 역사와 문화, 그리고 자연을 함께 경험하는 것이 중요하다. 수도 자카르타는 현대 인도네시아의 중심 도시이자 국제펜칵실랏연맹이 출범한 상징적인 장소다. 고층빌딩이 늘어선 현대적 풍경 속에서도 전통문화 행사가 이어지며 과거와 현재가 공존한다.

 


자바 문화의 중심지인 욕야카르타에서는 전통 예술과 무예의 깊이를 함께 느낄 수 있다. 왕궁 문화와 가믈란 음악, 전통춤 공연은 펜칵 실랏이 왜 예술성과 연결되는지를 자연스럽게 이해하게 만든다. 또한 세계 최대 불교 사원인 보로부두르는 인도네시아 고대 문명의 웅장함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유적이다.

 

세계적인 휴양지 발리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전통춤과 의식 문화가 일상 속에 살아 있는 발리에서는 펜칵 실랏의 예술적 감성과 정신세계를 더욱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다. 해 질 무렵 사원과 바다가 어우러진 풍경은 인도네시아만의 독특한 분위기를 전한다. <계속>

이상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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